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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회계사 출제위원 ‘경력 활용’…금융당국 관리감독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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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문자격시험 전·현직 출제위원들 경력 관련 집필·강연 금지에도

2018년 출제위원, 비공개 원칙 어기고 “출제 경험 살려 집필” 시험서 소개

2019년 회계사 2차 시험과 비슷한 내용 특강·모의고사로 금전적 이득까지

금감원 “법률 저촉 여부 등 조사”…일각 “감독시스템 뚫렸다” 지적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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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 시험 문제를 낸 전·현직 출제위원들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다른 국가전문자격시험은 전·현직 시험 출제위원의 경력을 활용한 집필·강연 활동이 금지되는 반면, 회계업계에서는 출제위원이 책을 내고 특강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회계감사 문제와 유사한 내용의 특강을 한 ㄱ교수가 강연을 한 지난 4월은 출제위원으로 활동한 지 일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ㄱ교수는 출제위원이었던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도 회계감사 등에 대한 책을 공동집필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활동이 사립학교법을 포함해 관련 법률사항을 어겼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1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ㄱ교수는 출제위원이던 2018년 공인회계사 시험이 끝난 지 한 달도 안돼 시험관련 책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ㄱ교수는 2018년 8월 올해 출제위원인 ㄴ교수와 공저한 책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출제위원 경험을 살려 수험대비 목적으로 충분하도록 집필했다”며 “본서만으로도 시험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출제위원이었음을 공개해, ‘전·현직 출제위원은 비공개’라는 금감원의 입장을 무색하게 했다. 출제위원이라고 밝힌 해당 기간에도 ㄱ교수는 다른 교수들과 회계감사에 대한 책을 공동집필했다.

ㄱ교수는 올해는 시험대비 특강과 모의고사를 실시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출제위원 경력을 활용해 강연을 하고 책을 출간하는 경우는 ㄱ교수 외에도 더 있다”며 “관리 사각지대이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전문자격시험에서 ㄱ교수처럼 활동하면 경우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 회계사 시험과 유사한 세무사 등 37개 국가전문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공단법(23조·비밀엄수 의무)에 따르면 시험 출제위원은 책이나 모의고사 집필, 특강 등의 행위를 못하게 돼 있다. 해당 법은 공단의 위촉을 받아 시험 출제·면접·실기 등을 맡은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했다. 공단 관계자는 “보안서약서 등을 통해 출제경력을 이용해 시험관련 책 출판과 특강, 모의고사 출시 등의 영리행위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금지된다”며 “국가고시의 공정성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ㄱ교수가 시험대비 특강을 한 것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은 봐야겠지만) 2018년 출제자가 2019년에 돈을 받고 특강을 하고 모의고사를 낸 것만으로도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인력과 예산 부족 등으로 대학까지 점검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회계사 시험에 대한 주무 부처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회계사는 “일부 교수의 비상식적인 활동이 가능한 건 감독체계가 뚫렸기 때문”이라며 “출제위원에 대한 법적책임을 강화하고 시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출제위원에 대한 여러 규정이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출판과 강연, 활동기간 등은 상황마다 달라 복잡한 문제지만 법률적 저촉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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