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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과 열역학 법칙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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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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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에서 지구 밤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면 육지, 특히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밝게 빛을 내고 있다. 사람들이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도 반딧불이나 일부 버섯과 해파리가 빛을 낸다. 이들도 일상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명 현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는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른 것이다.

모든 에너지는 전환되면서 ‘무질서도의 양’인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쓸모가 적은 에너지인 열로 사라진다. 자동차에 1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실제로 엔진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2500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돼 날아가 버리는 식이다. 생물들은 수십억년 동안 진화해 온 덕에 에너지 효율이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크다. 하지만 생물도 생명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얻어야 하고 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열로 발산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이용해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면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이고, 에너지가 감소해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생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를 사용하며 에너지가 감소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되므로 점점 단순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복잡성이 증가한다.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단세포인 수정란이 수십조개의 세포를 만드는 과정이나 단순한 DNA 복제자에서 출발해 복잡한 생물로 진화해 온 과정 모두 열역학 제2법칙에 맞지 않아 보인다.

생물은 열린계이다. 생물은 끊임없이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구 환경에 적응하게 됐다. 생물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물을 마시고,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등 상호작용을 하면서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런 에너지 흡수를 통해 생물은 자신의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아 생물 자신의 복잡성을 유지한다. 내가 먹는 밥의 원료인 벼는 엔트로피가 증가했지만 밥을 먹은 나는 엔트로피가 그만큼 감소한다. 그 벼도 내가 먹기 전에는 엔트로피가 감소한 상태였다. 태양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발산한 빛 에너지를 흡수해 생존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장수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엔트로피 감소는 일시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스프링 압축, 공 던져 올리기, 전지 충전 같은 일들은 모두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지만 에너지를 공급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생명 현상은 이런 일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어서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결국 우리도 열역학법칙의 예외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날이 갈수록 흰머리가 늘고 피부의 탄력이 줄어드는 노화도 열역학 제2법칙 덕분이다. 생물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지속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겪는다.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 엔트로피를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여기 저기서 다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엔트로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었다는 의미이다. 하루하루 지친 삶을 사는 우리네들인데 도대체 그 많은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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