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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59] 수월성 교육이 대역죄라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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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 유사프자이 '나는 말랄라'

조선일보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던 우리나라가 70년 동안에 500배 경제성장을 하고 세계 대국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게 된 것은 소 팔고 땅 팔고 자기 뼈를 깎아서 자녀들을 교육한 우리 위 세대의 은덕이 아닌가? 그런데 이 좌파 정부는 그 고위직 대부분이 자녀를 외고, 과학고, 자사고에 보내고 조기 유학을 시켰는데 자사고, 특목고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다. 백성을 우민화해서 자기 자녀들을 영원한 지배 계층으로 만들려는 계략인가?

부당하게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몰려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된 전주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이 전국 보편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평가 합계 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을 기준선으로 선언하고, 그 위에 교육부나 교육청이 상산고에 권유나 지시한 일이 없는 사회통합전형 신입생 선발 비율 10% 이행을 평가 항목에 넣고, 이번 평가 대상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운영 사례도 감점하는 등 자의적이고 부당한 평가를 근거로 지정 취소 대상으로 판정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에서 만점을 받는 학교로 육성하기까지 재단이 몇 백억을 쏟아붓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16년간 정성과 노력과 염원으로 구축한 국가적 인재 양성의 터전을 그렇게 멋대로 도륙해도 되는 것인가?

서울에서도 자사고 무려 8곳이 평가 항목별 점수도, 평가위원 명단도 공개되지 않은 '깜깜이' 평가로 지정 취소 판정을 받았으니 국민적 상식이나 정의 감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반민주적인 조처다. 헌법 정신에 반하는, 형평성·공정성·적법성이 결여된 이 조처로 다시 강남 8학군과 과외 학원 전성시대가 부활할 것이 뻔하다. 세계 과학과 기술과 학문의 지각(地殼)이 요동치는 이 결정적 전환기에 세계적 첨단 기술, 개념의 생성, 응용에 동참할 인재 양성을 교육청·교육부가 차단하다니, 정녕 희극인가 비극인가?

이번에 지정 취소가 예정된 자사고 11곳을 살릴 경우 예산 2000억이 절감된다니 그 예산으로 국공립 학교 교육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터인데 이 정부에는 '수월성'의 파괴가 교육의 최우선 과제인 모양이다. 이 정권의 '평등'은 어느 낭떠러지의 밑바닥일까?

2014년에 17세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탈레반 반군이 여성 교육을 죄악시해서 등교하는 여학생들은 총살하겠다고 선언했는데도 목숨을 걸고 학교에 다니다가 총격을 당한다. 우리의 좌파 교육감들에게서 '평등'을 '알라'신으로 섬기는 탈레반의 얼굴을 본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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