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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글로벌포커스] 美·이란 일촉즉발인가? 탐색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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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두 달 넘게 중동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맞대응 격화로 정세는 살얼음판이다. 두 나라 모두 말로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지만 위험수위를 오가며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시작은 작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방적인 이란 핵협정 탈퇴에서 비롯됐다. 뒤이은 고강도 제재 부활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았다. 이란 성직자 체제의 핵심 군사조직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전쟁 불사를 선포했다.

미국 매파와 이란 강경파의 대결은 올해 봄 일촉즉발의 위기로 이어졌다.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서다. 5월 미국은 이란발 위협징후를 포착했다며 항모전단, 폭격기, 수송상륙함, 포대를 중동에 급파했다. 3일 후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4척이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1500명의 중동 추가파병을 결정했고 의회 승인 없이 아랍 왕정들에 무기 판매를 강행토록 했다. 한 달 후 유조선 2척이 추가로 피격됐다. 두 달 새 일어난 유조선 6척 공격에 대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작극이라며 배후를 부인했다.

미국·이란의 날 선 대립은 우방국과 프록시 간 충돌로 번졌다.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내 송유시설과 공항 세 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라크에선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미 대사관 근처 그린존에 로켓포를 쐈다.

결국 이란은 핵개발 재개를 선언했다. 6월 말 오만해에서 이란이 미국 드론을 격추하자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을 명령했다가 10분 전 취소했다. 미국은 보복공격 대신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제재대상 명단에 추가했다. 발끈한 이란은 전략적 인내의 끝을 공표했다. 7월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 한도 초과를 공식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전쟁 대비 착수를 알렸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대립과 긴장은 전쟁으로 가는 서막이 아닌 전쟁을 피하기 위한 탐색전으로 보인다. 서로 핏대를 올리지만 상대방의 한계를 재보고 알아가면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미국, 이란, 미국의 우방국 모두에 전쟁은 큰 부담이다. 민주주의 수준이 낮아 국내 정치 압박이 덜한 나라의 지도부에도 전쟁은 하는 것보다 피하는 게 권력 유지에 이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까지 이란을 향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되 중동 전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다. 복음주의자 지지층을 의식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틀 안에서다. 이란은 아직 미국인을 직접 공격하지도 않았고 5% 농축 우라늄에서 핵무기 개발까진 1년 남짓 걸린다. 민주당은 연일 이란과의 극한 대결은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과 사우디 국익용이라는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란의 강경파도 민생고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로 전쟁을 부담스러워한다. 핵심 지지세력마저 경제파탄을 인재로 보고 1년 넘게 반체제 시위를 벌여왔다.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내전, ISIS 격퇴전, 예멘 내전에 국고를 탕진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조건 대화와 굴욕적 조건의 협상 카드를 수시로 바꿔 제시하지만 이란 강경파는 미 대선 전까지 저항경제로 버텨볼 작정이다. 다만 이란은 미국발 제재완화를 위한 유럽의 역할을 기대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워낙 깊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미국 우방국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옆의 B팀 때문에 끔찍한 일들이 이어진다고 비난했다. 이름이 B로 시작하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비비(베냐민 네타냐후의 애칭)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우디, UAE에 전쟁 옵션은 매력적이지 않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시리아, 레바논, 예멘,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은 최근 잦은 참전으로 전투력과 화력을 높였다. 이들 미 우방국은 이란의 고통을 누구보다 바라지만 전쟁의 대가를 치를 만큼은 아니다. 중동의 현 위기상황에서 탐색전이 길어진다고 불안할 건 없다. 오히려 전쟁에서 멀어져 절충점을 찾는 과정일 수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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