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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기고] 글로벌 `얼라이언스` 가입과 해운업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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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나라 원양정기선사인 현대상선이 세계 3대 공동운항체제(얼라이언스)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정식 가입된 것은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2016년 당시 세계 7위 원양정기선사였던 한진해운을 잃어버린 해운물류업계는 다시 한번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수출입 화물은 대부분 컨테이너 박스에 담겨 운송된다. 이 박스들은 입출항 시간이 미리 정해지고 공표된 선박에 실려 운반된다. 이러한 영업을 정기선 영업이라고 한다. 각국은 정기선 영업을 통해 자국의 수출입화물을 안정되게 수송하고, 이를 통해 높은 운임수입을 얻으려고 경쟁하고 있다. 정기선 영업을 위해서는 화물을 적재할 컨테이너 박스와 컨테이너 선박이 다량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선사들은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높이기 위해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세계는 3개의 얼라이언스 체제로 재편되었는데, 그 가운데 더 원(일본), 양밍(대만), 하파크로이트(독일) 3개 선사가 포함된 디 얼라이언스에 현대상선이 내년부터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 그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상선은 전 세계로 노선을 확장하고 더 많은 수출입 화물을 운송하게 돼 경쟁력을 확보하고 매출 규모도 늘리게 됐다. 현대상선이 일주일에 2척씩 부산항에서 미국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경우, 만약 운송을 마치고 부산항까지 다시 돌아오는 기간이 1개월이라고 한다면 노선 운항을 위해서는 8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하지만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 다른 선사와 선박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데, 동일 노선을 운항하는 대만 양밍의 선박 4척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제 현대상선은 선박 4척의 여유를 얻게 되고 이를 현재 노선이 없는 남미 노선에 신설해 수출입 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

그리고 현대상선은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선박의 공간 50%를 채운 선박은 100%를 채운 선박보다 컨테이너당 연료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게 되면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선사에 남는 공간을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 다른 협력사의 화물을 받아 선박 공간을 100% 채우게 되면 컨테이너 박스 한 개당 연료비용이 낮아져 경쟁력이 생긴다.

둘째, 현대상선은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얼라이언스의 회원이 되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화주나, 금융사들로부터 신용도를 높이게 됐다. 한국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마지막 항차의 화물을 제대로 화주들에게 배달해주지 못하는 등 세계 물류 흐름에 큰 지장을 안겨 신용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디 얼라이언스는 회원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마지막 항차의 화물은 자신들이 책임지고 배달해줄 수 있는 비상 기금을 마련했고, 미국과 같은 경우는 법률로써 그러한 의무를 회원사에 부과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게 돼 이러한 장치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한진해운과 같은 물류대란은 원칙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됐고, 화주들에 대한 신용은 크게 확보됐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얼라이언스 가입 자체가 현대상선 및 대한민국 정기선 영업의 재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기선 운항은 선복 과잉상태이고, 운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 받을 수 없는 완전경쟁 상태로 최저운임이 고착된 지 오래됐다. 그래서 글로벌 정기선사들은 종합물류회사로 변신하거나 부정기선 운항과 조합을 이루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정기선 영업에서의 적자를 메우면서 위기를 넘기고 있다.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 가입에 안주하지 말고, 이러한 세계적인 경영전략에 맞추어 국제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경영 다각화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화주들도 지속적으로 국적 정기선사에 화물의 운송을 의뢰해 한국 해운의 재건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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