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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기자24시] 투자받기 힘든 나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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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새로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을 증설한다. 괜찮은 매물이 있으면 아예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인다. 웬만한 수익이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없다면 허투루 나서기 힘들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선진국만의 '훈장'인 이유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FDI 순위를 보면 명확하다. 10위권에는 미국, 독일, 영국, 홍콩, 일본 등이 포진해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뒤를 잇는다. 중국, 대만과 함께 한국도 20위권에 들어 있다.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FDI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한국의 FDI 역사는 일천하다. 제대로 된 기업조차 많지 않았던 1970~1980년대 한국의 연간 FDI는 10억달러를 넘기기도 버거웠다. '투자 빈국'에서 해외 기업과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입질에 나선 건 외환위기 때부터다. 1997년 69억달러, 1998년 88억달러, 1999년 155억달러로 늘어났다. 경제 파탄으로 치솟은 금리와 싼값에 기업 매물이 쏟아지면서 너도나도 투자 과실을 따내겠다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부터 한국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FDI도 성장세를 달렸다. 2015년에는 200억달러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270억달러를 유치했다.

잘나가던 FDI에 균열이 생긴 건 올해부터다. 상반기 FDI(신고 기준)는 98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7.3% 감소했다. 1,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특히 실제 투자 집행을 나타내는 도착 기준으로는 56억1000만달러에 그치며 45.2%나 급감했다. 그동안 FDI 유치 일등공신이던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가 사라진 탓이 크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기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FDI는 감소 추세다. 이런 와중에 고작 소규모 현금 지원 정도만 남다 보니 해외 기업들 입장에선 투자 매력이 뚝 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너끈히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만 있다면 투자는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가뜩이나 마음이 돌아선 해외 투자자들에게 떨어진 것은 오히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과 같은 정책 리스크와 화학물질관리법과 같은 환경 규제다. 인센티브로 버텨온 우리 FDI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에 투자는 없다.

[경제부 = 임성현 기자 einbah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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