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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풍년의 역설' 양파농가 해외수출로 활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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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함양(경남)=정혁수 기자 ] [편집자주] '풍년(豊年)의 역설'. 작황이 좋아 농산물 생산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수요는 그대로여서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땀흘려 일한 농민들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일수 밖에 없다. 올해는 양파재배 농민들이 그랬다. 성난 농민들이 몇 달 전만해도 밭을 갈아엎는 등 크게 동요 했지만 정부의 양파수출 드라이브(drive)가 효과를 보면서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 양파수출로 분주한 경상남도 함양을 찾아 현장의 모습을 소개한다.

[농식품부, 물류비 지원·국가별 최저 가격 유지 등 전방위 공략…올 상반기 양파수출 1만2000톤, 작년 3435톤 4배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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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남 함양군 함양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양파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함양(경남)=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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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경남 함양군 '함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지만 양파를 가득실은 지게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높이 7m의 야외창고에는 20kg짜리 양파망(網)을 가득실은 수출용 나무박스가 숲처럼 빼곡했다.

"양파농사가 대풍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 숨통이 트였습니다.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함양양파'를 찾는 분들이 많거든요"(박호영 함양군 농산물유통과장)

이날 오전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는 함양군청, 농협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함양 양파 첫 베트남 수출 선적' 기념식이 열렸다. 수출물량은 12톤. 현지 반응이 좋을 경우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다음 주에는 미국을 향하는 수출 물량 선적도 이뤄진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이 지역은 지리산과 덕유산 중간에 위치한 분지(盆地)여서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큰데다 토양에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양파 맛이 좋다"며 "1달간 저장해도 맛에 전혀 변화가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아 요즘 함양 양파를 찾는 수출 바이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해외 판로개척은 물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일선 지자체와 생산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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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춘수 함양군수, 황태진 함양군의회 의장, 강선욱 함양농협협동조합장 등 참석자들이 10일 경남 함양군 함양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 함양양파 첫 베트남 수출 선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함양(경남)=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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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남 함양군 함양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 선적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함양(경남)=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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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국 양파 생산량은 152만1000톤 가량으로 올해는 작황이 좋아 20만톤이 더 초과생산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다 보니 시장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가격이 좋았던 작년에는 kg당 792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kg당 371원을 기록, 전년대비 46.8% 하락했다. 농민들 입장에선 복장이 터지는 일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등 팔을 걷어 부쳤다.

이개호 장관은 "중만생종 양파 공급 과잉 예상물량 12만톤 전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양파 가격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모든 필요한정책을 추진할하겠다"며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농협이 9.4만톤 물량을 시장격리해 왔으나, 수확기 시장안정을 위해 긴급하게 추가 2.6만톤(정부0.6만톤, 농협 2만톤)을 비계약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수매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꽉 막힌 국내 소비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밖에서 '수요처'를 발굴하는 게 관건이었다. 판로개척을 통한 해외수출 확대가 시급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달 전남 무안, 경남 함양 등 전국 양파 주산지 관계자는 물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업체 및 생산자단체 등과 간담회를 열고 양파 수출확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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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양파 수출 가능성이 높은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필요한 물류비를 추가로 지원했다. 표준물류비의 29%를 지원해 왔지만 적극적인 수출이 이루어지도록 38%까지 지원범위를 확대했다.

또 대만, 태국 등에 설치된 해외 안테나숍 'K-Fresh Zone'(한국 신선농산물 전문판매점)에 양파 및 가공상품을 입점시키고, 베트남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대규모 판촉행사, 도매시장과 연계한 기획수출 등 수출시장 판로 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전개했다.

수출 양파의 안정적 물량 및 시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으론 수출전문생산단지 지정을 추진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수출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바이어(buyer) 등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해외시장에서 우리 업체 간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국가별·품질별 수출최저가격(Check-price)을 정해 업체간 덤핑(dumping) 수출을 차단했다.

지난 달 말 현재 양파 수출실적은 모두 1만2214톤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물량이 3435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2017년 양파수출은 543톤에 불과했다.

물류비 추가지원과 수출대상 국가에 대한 면밀한 시장조사와 가격정책이 수출확대로 이어졌다. 이같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이 계속될 경우 올해 양파 3만톤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농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양파 과잉생산으로 인한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긴급 수출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업계 및 생산자 의견을 수렴해 시장확대를 통한 양파 수출이 지속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 하겠다"고 말했다.

함양(경남)=정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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