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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새벽을 여는 사람들]신영호 일산병원 조리실장 "'병원밥은 맛이 없다'라는 인식 바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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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신영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조리실장/손진영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신영호 일산병원 조리실장 "'병원밥은 맛이 없다'라는 인식 바꾸고 싶어요"

"'병원밥은 맛이 없다'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신영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조리실장의 말이다. 그는 8년째 조리사로 일하고 있으며 CJ프레시웨이 병원사업부 소속으로 일산병원에서는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CJ프레시웨이가 지난 2016년 6월 1일부터 위탁운영을 하고 있으며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리사, 영양사 등 약 70명은 모두 CJ프레시웨이 소속이다.

신 조리실장의 하루는 새벽 1시 반부터 시작된다. 스케쥴은 교대로 운영되지만 새벽조로 출근할 때는 새벽 3시에 출근해서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위한 식단을 준비한다.

환자식의 경우 환자의 상태와 식이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하므로 암환자식, 당뇨식 등 여러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이에 일반 조리사와 비교했을 때 더욱 높은 수준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신 조리실장은 "출근 초기에는 환자식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못잤다"며 "새벽 1시에 출근을 하기도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지 불안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웠다. 지금은 적응이 됐다. 그래서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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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호 조리실장이 영양사와 환자식 메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손진영기자


일산병원은 일일 기준 총 1500식의 환자식을, 병원 내 직원식당까지 포함하면 3000식을 준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에 출근한 조리사, 영양사, 실장들과 흔히 '여사님'이라 불리는 다수의 조리인원은 쉴틈없이 식사 준비에 들어간다.

환자식은 말그대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사다. 치료일반식, 무스식, 암환자 고단백, 당료, 연화식, 요오드식 등 다양하다. 일반식과는 식재료부터 다르게 준비된다. 환자식은 환자들의 건강상태에 맞춰 일일이 식기에 음식을 옮겨 담아야 한다. 배식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 오피스 등의 급식과 비교했을 때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음식 자체가 환자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으며, 음식이 환자 개개인에 맞게 들어갔는지 체크도 필수다. 식사 이후에는 영양사들이 병동을 돌면서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신 조리실장은 "환자식은 일반식과 식재료부터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돈까스 같은 완제품을 못쓴다. 기본적인 조미료도 제한이 있다"며 "일반식은 배식을 하거나, 자율 배식이지만 환자식은 개별식이다. 일반식도 신경 쓰지만 환자식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식 조식이 끝나면, 직원식 조리에 들어간다. 이후에는 재료검수를 진행하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중식 조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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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조리실장/손진영기자


일산병원은 환자식 뿐 아니라 직원식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신 조리실장은 "병원 직원들이 짜장면을 좋아한다, 조리는 중화요리 집과 비슷하다"며 "대부분 단체급식에서 바쁘기 때문에 웍을 사용할 수 없다. 저희는 짜장면 소스에 들어가는 채소를 웍에 볶고, 풍미유도 직접만든다"고 설명했다.

신 조리실장이 조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한건 어릴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인디밴드 드러머 출신인 그는 연습과 공연시간이 주로 오후, 저녁시간이라 오전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어릴적 관심있던 요리와 관련된 일을 찾았고, 그게 바로 조리사였다. 지금은 음악활동은 접고 조리사라는 직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어릴적 부모님이 맞벌이 하시면서 거의 혼자 컸다"며 "밥을 먹어야 하는데 혼자 집에서 조리하는 걸 좋아했다. 지금도 부모님께 음식을 해드리면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작은 밴드 생활을 했는데, 오전 시간을 그냥 보내기 싫어서 아르바이트를 찾았다"며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요리과 관련된 일을 찾았고, 지금은 음악생활은 접고 조리사라는 직업에 푹 빠져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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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조리실장/손진영기자


신 조리실장은 최근 '병원밥은 맛이 없다'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업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지침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병원 영양팀 관계자와 협업을 통해 메뉴 개발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는 "병원밥, 특히 환자식이 맛이 없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물론 환자분들이 100%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환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본사에서도 많은 투자고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벽에 출근해 조리를 하는게 힘든 일상이지만 환자 분께서 남김없이 음식을 드신 식판을 볼 때면 이 일이 적성에 맞구나 생각된다"며 "치료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맛있게만 드셔달라"고 전했다.

박인웅 기자 parkiu7854@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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