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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양파값 1kg에 200원…농민들 “인건비도 못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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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주산지 서산 부석면 가보니

생산량 지난해보다 13.4% 늘어나

마늘도 풍작 … 3분의 1 가격에 넘겨

“이렇게 농업 관심 없는 정부 처음”

중앙일보

지난 4일 오후 양파 주산지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봉락리의 한 밭에서 농민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농민들은 ’양파 가격이 폭락해 팔아도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하소연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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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충남 서산시 부석면 봉락리의 양파밭. 한 아주머니가 넓은 밭에서 혼자 양파를 수확하고 있었다. “왜 혼자 일하시냐”고 묻자 “인건비가 비싸 바깥양반하고 둘이서 일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손이 부족하지만 1인당 하루에 10만원이나 주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며칠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편인 지영흠(67)씨는 “농민들이 다 죽어가는 데 공무원들은 책상에서 서류만 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씨 부부는 부석면 봉락리에서 수십년간 양파와 마늘 농사를 지어왔다. 올해는 1만3000㎡ 밭에 마늘, 6600㎡ 밭에 양파를 심었다.

양파와 마늘 가격도 정부·자치단체 발표와는 차이가 컸다. 실제로 이 지역 농민들이 파는 양파가격은 1㎏당 200원으로 20㎏짜리 양파 한 망에 4000원을 받고 도매업자에게 넘긴다. 그나마 계약물량은 한 망에 6000원이지만 도매업자에게 가져다주는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해에는 1kg당 500원 수준이었다.

양파와 마늘을 수확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는 하루에 9만원이다. 여기에 점심값과 새참을 포함하면 10만원이 넘어간다. 한 망(20㎏)에 4000원인 양파 25개 망을 팔아야 줄 수 있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수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양파를 거둬들이고 난 뒤 밭에다 다른 작물을 또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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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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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협이나 대규모 도매업자와 계약을 맺은 물량은 1㎏당 최고 1100원을 받지만, 나머지는 700원에 넘긴다. 저장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데다 농협에서도 추가 구매를 꺼리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마늘의 적정 단가는 1㎏당 2500원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3분의 1 수준의 가격에 마늘을 넘기고 있었다.

지영흠씨는 “엊그제 양파를 싣고 도매업자에게 갔던 지인이 ‘더는 팔아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예 버리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렇게 농업에 관심이 없는 정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부석면 칠전리에 사는 유상례(79·여)씨 부부는 1300㎡ 밭에서 양파를 재배해왔다. 가격이 좋을 때는 200만~300만원까지 벌었지만, 올해는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손에 쥐게 된다고 한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양파 수확부터 선별작업은 모두 노부부의 몫이었다.

유씨는 “아침에 농협에서 150개(20㎏짜리)를 가져갔는데 더는 수매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난감했다”며 “자식이나 친척에게 주려고 담고 있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마늘·양파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폭락,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마늘 재배면적은 2만7689㏊로 지난해보다 16.7%가 감소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풍작으로 생산량은 36만8000t으로 지난해보다 20.6%나 늘었다. 양파는 재배면적이 1만8923㏊로 지난해 대비 2.2% 증가했지만, 생산량은 128만1000t으로 13.4% 많아졌다.

충남도는 정부 비축물량을 5000t에서 5만t으로 늘려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소비촉진과 직거래 특판행사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산시는 최근 농업법인 2곳을 통해 양파 1800t(6억3000만원 상당)을 대만과 동남아지역으로 수출했다. 농민들은 소비촉진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과감하게 양파와 마늘을 수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농산물 더 팔아주기 캠페인과 대형 유통업체 납품 등을 통해 농민을 돕겠다”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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