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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제2의 즉시연금 막는다…금감원, 치매보험 약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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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강한구 금융감독원 보험감리국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치매보험 등 보험약관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경증치매보험 가입자는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층촬영) 등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없더라도 치매전문의에게 치매 진단을 받을 경우 치매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보험사가 약관상 치매보험금 지급요건으로 요구한 특정 질병코드, 약제투약 조건 등도 없앤다.

금융감독원은 2일 "대한치매학회 의료자문과 보험상품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치매 진단기준이 의학적 진료기준에 부합하도록 하고 치매보험금 지급조건도 소비자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적용되도록 보험약관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치매보험 약관 개선안을 발표했다.

치매보험은 치매의 정도에 따라 진단비나 간병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보험사들은 임상치매등급(CDR)을 1점만 받아도 1000만~3000만원의 경증치매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실제로 2017년 31만5000건이던 치매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8년 60만1000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 1~3월에만 87만7000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치매 진단은 전문의가 진단한 CDR 점수를 기초로 하며 CDR 1~2점은 경증치매, 3~5점은 중증치매에 해당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주로 중증치매에 대해 상품을 판매했으나 경증치매로 완화·확대하면서 '제2의 즉시연금' 사태가 우려됐다.

이번에도 약관이 문제가 됐다. 현행 경증치매보험 약관에는 치매의 진단 기준에 대해 'CT, MRI, 뇌파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기초로 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험사들은 치매 진단 시 뇌영상검사를 통해 이상소견이 '필수로 확인돼야 한다'로 해석해 논란이 됐다. 경증치매는 중증치매와 달리 뇌영상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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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진단 기준 개선안. /금융감독원


이에 따라 금감원은 MRI·CT 등 뇌영상검사가 없어도 보험사는 경증 치매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치매 진단은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등 치매전문의 진단서에 의하도록 제한했다. 또 기존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병력청취, 인지기능, 정신상태 평가, 일상생활능력평가, 뇌영상검사 등의 종합적 평가에 기초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보험소비자의 보험사기 등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가 전문의가 실시한 검사 결과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특정치매질병코드에 해당하거나 치매 약제를 일정기간 처방받아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일부 보험사의 치매보험 약관도 개선된다. 보험사들은 전문의에 의해 치매로 진단되고, CDR척도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치매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의료자문 결과에 의하면 현재 의학적·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치매 질병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CD)로 분류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고, 치매약제 투약사실 등은 치매 진단 때 필수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특정치매질병코드, 30일 이상의 약 복용을 추가 요구하고 있다.

다만 약제투약 조건 삭제는 오는 10월부터 판매되는 상품에 적용된다. 치매약제 투약 여부를 약관상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정한 치매보험 가입자들은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또 보험사가 자사 보험료 산출 시 사용된 보험금 지급통계 등 근거가 있는 경우 보험금 지급 요건에 특정치매질병코드를 요건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금감원은 이미 판매된 치매보험의 경우 7월 중 감독행정을 통해 'MRI 등 뇌영상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특정치매질병코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매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않도록 각 보험사에 지도할 방침이다.

또 보험사가 치매보험금 지급조건을 보험계약안내장을 통해 기존 계약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보험협회 상품공시 시행세칙을 3분기 중 개정한다. 보험사 홈페이지에도 별도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한구 금감원 보험감리국장은 "약관상 '치매의 진단기준'과 관련된 모호하거나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약관조항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치매보험금 지급관련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주 기자 hj89@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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