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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중 갈등 봉합 뒤 몇 가지 궁금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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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이 지난 주말(29일) 중국산 제품 3천억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면서 협상을 재개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중국은 회담 하루 전 미국산 대두 54만톤을 구매하면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으며,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까지 시사했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미 기업들이 화웨이에 핵심 부품과 기술, 소프트웨어 등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기술 갈등이 첨예화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 깔끔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두 강대국은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휴전'에 합의한 모양새다.

미중의 갈등이 완화됐다는 차원에서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등 기술관련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싸움이 계속될 수 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볼 때 다시금 갈등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 미중 갈등 봉합 뒤...양국의 근본적 문제 해결은 요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당분간'(at least for time)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없는 경우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둘러싼 싸움을 계속되지만, 양국이 한발씩 물러섰다는 점에서 주변에선 안도감을 느꼈다.

미국이 중국의 기를 꺾기를 원했지만, 중국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평등한 협상을 거론하면서 주권·존엄 관련 문제에선 중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양국이 일단 사안을 봉합했으나 향후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그간 미국이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에 대한 법제화'를 요구해왔지만, 중국은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이면서 불쾌해했다. 이 문제를 두고 양국의 견해는 좁혀지지 않아 앞으로도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미중간의 갈등은 무역 역조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경제 헤게모니를 둘러싼 전쟁이다. 화웨이 문제 역시 더 지켜봐야 한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화웨이의 미국산 제품 구입 허용은 (제재로부터의) 전면적 사면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현지시간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미 제품 구입 허용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장비들에만 적용될 것"이라며 "화웨이는 수출통제를 받는 거래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뿐이란 분석들도 적지 않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5G를 위시한 4차 산업혁명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길 원한다는 점에서 추가 관세 이외에도 여타 기술이나 규제 등을 이용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따라서 "향후 미중 무역합의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이번 G20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대외개방 5개 중요 조치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시장개방 확대, 적극적인 수입확대, 투자 환경 개선, 외자 기업들의 전면적으로 동등한 대우, 적극적인 무역협상 추진 등에 대한 세부 시행방안들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중국의 조처들이 미국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시킬지 여부 등에 따라 양국의 관계는 계속 갈등과 화해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미중의 실무회담 진행 상황이 계속해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3차례의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합의 후 3~4개월은 협력적이었고, 5~6개월째부터 갈등이 표출된 점 등 경험을 감안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엿보였다.

■ 미중 갈등 봉합 뒤...예상 크게 벗어나지 않은 회담이란 평가

미국과 중국이 G20 정상회의 2일차인 29일 80분간 회동을 한 뒤 '휴전'에 합의하고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금융시장 다수의 전망에 부합한다.

시장 일부가 미중 협상의 '결렬'이나 '추가관세' 부과 등을 우려했던 만큼 이번 결과는 위험선호를 좀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재료로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날 국내 주식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전일(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사실상의 3차 정상회담을 가진 것 역시 주식시장 상승에 자극제가 되진 못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국내 주식시장이 계속 빌빌 대다 보니 호재를 반영하지 못해도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라며 "미중 무역분쟁 역시 잠시 소강상태로 가는 듯하지만, 이제 미중분쟁이 단순히 무역마찰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이 화해를 하는 듯했지만 중기적인 관점에선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다. 북한 관계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엔 개별 종목 정도에 그쳤다"면서 "사실 미중, 북미 회담이나 협상은 특별한 내용이 없었고 딱히 주식시장이 크게 오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영향이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 미중 갈등봉합 뒤...수출부진 허덕이는 한국 반도체에 대한 일본의 공격

한국금융신문

자료=최근 한국의 수출입 동향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보도처럼 일본이 반도체 관련 소재 3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것이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오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 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품목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이 품목들에 대한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70~90%에 달하다보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지 8개월여만에 일본이 본격적인 보복카드를 꺼낸 것이다.

미중 갈등 완화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는 안도의 한숨도 잠시, 일본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향해 규제를 빼들었다.

특히 한국의 수출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을 겨냥해 칼을 빼든 처사가 야비하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이날 발표된 6월 한국의 수출은 전년비 13.5% 줄어든 441.8억달러, 수입은 11.1% 감소한 400.1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8.5% 감소한 2715.5억달러, 수입은 5.1% 줄어든 2520.0억달러에 그쳤다.

중국 성장둔화 지속으로 6월 대중국 수출은 2009년 5월(25.6% 감소) 이후 최대인 24.1% 감소했다.

이처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세계교역 위축 등 대외여건 악화로 한국의 수출이 큰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에 일본의 한국 반도체에 대한 공격이 들어온 것이다.

특히 반도체는 단가가 33%나 급락해 글로벌 업황부진을 충격으로 고스란히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 미중 갈등봉합 뒤...한일 무역분쟁

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 주요수출 품목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부진 흐름, 산자부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규제에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향후 추이를 더 봐야 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로레지스트와 불산은 국내 업체들이 일부 생산가능 하다고는 하지만, 퀄리티 등에서 분명 차이가 있고 일본의 원재료를 정제·재가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일본의 소재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 애플, HP, 델 등 미국 주요업체들의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미중 갈등을 겨우 봉합한 상황에서 일본이 나서서 판을 깬다는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메모리 생산차질이 생길 경우 전세계 IT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어 규제 강도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도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규제 강도를 봐야 한다"면서 "규제 강도가 크지 않고 메모리 생산업체들이 일시적으로 소재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생산량 감소로 메모리 업황에 긍정적(재고감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규제 강도가 크고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공급 및 전세계 IT 수요에 부정적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의 감정적인 대응으로 한국 업체들이 단기적인 피해를 입더라도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규제로 국내 제조사 및 소재 업체가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면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의 단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현재 반도체 수급은 공급 과잉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이슈가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국내 소재 업계도 일본 수입 심사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LG 디스플레이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자국산 소재 비중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국은 세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시장의 53%, 25% 가량을 점유하고 있어서 일본의 25%와 5%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편 정치 문제를 경제 제재로 엮어버린 일본의 공세에 맞서 냉정하게 맞서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자산운용업계 한 주식매니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는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당장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시간을 끌면 한국, 일본 모두 유리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도 소재 국산화를 서둘러야 하는 당위성이 생겼다. 징용·배상 문제 때문에 한국 기간산업이 흔들린다는 식의 마타도어 따위는 무시하되, 냉정하게 강단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미중 갈등 봉합 뒤...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미치는 영향은

그간 금융시장에선 미중 갈등의 진전 상황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의 조정이 가능하다는 인식도 강했던 게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어떤 선에서 타협을 할지 여부 등에 세계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미중 협상이 연준의 금리인하 강도와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다는 인식도 강했다.

향후 미중 협상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하기에 미래 상황을 예견하기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일단 양강이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차원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누그러뜨리는 재료 아닌가 하는 평가들도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재개, 최근 한은 총재의 금리인하 여력 제한 발언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한은의 2차례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양국의 입장차로 향후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적어도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는 점은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완화와 미 연준이나 한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과 관측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무역협상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가운데 경기 둔화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워 이미 완화로 돌아선 주요국 통화당국의 발걸음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들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협상은 새로운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면서 "최악의 결과는 피했으나 7월에도 미국 산업지표 부진 및 안정적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연준의 7월 선제적 '보험용'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ECB 역시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행의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2차례 금리인하 전망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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