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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호주 유학생, 북한 억류”… 호주 정부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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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보도… 제2 웜비어 사태 우려
한국일보

김일성종합대학 기숙사 앞에 서 있는 알렉 시글리. 가디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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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호주 국적 학생이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호주 정부는 급히 진상 파악에 나섰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2017년 석방 후 사망해 북미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억류 케이스를 연상케 하는 사건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미국의소리(VOA)와 AFP통신에 따르면 호주 외교통상부는 “현 상황을 긴급히 확인 중”이라며 “영사서비스 헌장에 따라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호주인 남성의 가족에게 영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익명의 소식통은 VOA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인 호주인 알렉 시글리(29)가 24일 늦게 혹은 25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27일까지 북한 당국은 시글리의 억류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시글리는 지난해 4월부터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소규모 북한 전문 여행사 ‘통일 투어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영상, 글을 올리며 평양에서의 삶을 소개해 왔다. 가장 최근인 24일 오후에는 평양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려 있는 사진과 함께 “개업 날이 다가오고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시글리는 북한에 거주 중인 유일한 호주인으로 수차례 외신 인터뷰에 응하고 북한 관련 글을 기고해 왔다. 그는 지난 2017년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은) 매혹적인 나라다. 북한 같은 나라는 세상에 없다”라고 했으며, 지난해 12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선 오토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영국 가디언 기고문에선 중국 연구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중국 유학 중 기숙사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VOA에 따르면 호주인이 북한에 억류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14년 선교사 존 쇼트가 억류됐다가 보름 만에 풀려났다. 호주 정부는 올해 1월 갱신한 여행경보에서 “북한 여행의 필요를 재고하라”는 기존 권고를 유지했다. 호주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사관을 설치하지 않아 평양의 스웨덴대사관이 제한적인 영사지원을 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