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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석유화학·수소차·선박엔진… 달러 보따리 푼 빈 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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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60억달러 추가 투자 등 경협 양해각서·계약 10건 체결

한·사우디 정상회담 발표문엔 양국 원자력분야 협력키로 명시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이날 총 83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이르는 경협 보따리를 풀었다. 총 7000억달러(약 800조원)가 투입되는 21세기 최대 단일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위해 한국을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전 2030은 사우디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투자 허브로 변신하려는 국가 프로젝트. 이 중 5000억달러(약 578조원)는 '중동판 실리콘밸리'인 미래 신도시 네옴(NEOM) 건설비이다.

◇한국을 비전 2030의 파트너로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에 83억달러 규모의 양해각서 및 계약 10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1998년 압둘라 왕세제 방한 이후 2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첫 왕위 계승자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사우디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길에 한국을 방문했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자원 의존형에서 제조업과 첨단산업 허브로 탈바꿈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 입장에선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사우디가 5조원 투자한 에쓰오일 공장 준공식 -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서 기업 활동을 담은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하는 용도로 마련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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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과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 본인은 한국과의 접점이 많지 않지만, 한국을 좋아하는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알 사우드 국왕은 사우디의 석유 산업과 인프라 건설에 기여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 경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 한국 건설 근로자들의 근면 성실성에 대해 여전히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 거둔 투자 성공도 작용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에쓰오일의 누적 영업이익이 3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아람코 본사에서도 한국 투자는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고 했다.

◇60억달러 석유화학 공장 신규 투자

MBS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에는 굵직한 경제 협력 합의가 이뤄졌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5조원을 투자해 준공한 석유화학 공장 1단계 투자에 이어, 신규로 60억달러(약 7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자회사인 에쓰오일을 통해 2024년까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 원료인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아람코는 현대차그룹과 수소에너지와 미래차 분야 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현대차와 아람코는 한국과 사우디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고 사우디에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사는 또 탄소섬유 소재 시장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4배 더 가볍고 10배 더 강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아람코는 또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사)과 함께 총 4억2000만달러를 투자, 사우디 동부 주바일항 인근 킹살만 조선소에 선박엔진 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사우디 석유화학 기업인 APC의 자회사인 AGIC는 SK가스와 총 18억4000만달러를 합작 투자해 사우디 주바일에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합의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양국은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을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가 22조원을 들여 추진 중인 원전 2기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원전업계에선 "국내에서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가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나서는 건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내에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했으나, 사우디와 체코 등 해외 원전 수출에는 힘을 쏟고 있다.

[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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