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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F현장] 마약퇴치의 날, 거리에 선 '마약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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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이하 마약중독회복연대)는 26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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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회복연대 "회복 위주 마약정책 전환해야"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범죄가 연이어 터지며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마약청정국'은 옛 이야기가 됐다. 하필 이럴 때 ‘약쟁이’ 두 남자는 거리로 나왔다. 유엔이 선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매년 6월 26일)이 용기를 준 걸까. 다만 그들은 누구보다 마약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한 번 마약에 손을 댄 '마약사범'이 다시 마약을 찾을 확률은 높다. 대검찰청의 ‘2015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1~2015년 국내 마약류사범 재범률은 약 37%에 달한다. 2011년 9174명이었던 전체 사범 수는 2015년에 이르러 1만1916명을 기록해 1만 명을 돌파했다.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이하 마약중독회복연대)는 26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마약중독자를 위한 국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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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가 26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송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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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마약을 경험했던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와 이동욱(48) 활동가가 참석해 정부의 마약치료 지원을 촉구했다.

허 기자는 '진보언론' 한겨레 기자였다. 그러나 "마약을 복용했다는 이유로 직업을 박탈당했다."

마약을 경험한 후 유혹을 끊으려 안간힘을 쓰던 때였다. 채팅 어플리케이션에서 누군가 집요하게 약을 권했다.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던 건 경찰이었다. 그는 결국 법원에서 마약투약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허 기자는 "현직에 있을 때 저도 ‘마음이 약하니 약을 못 끊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약 중독은 개인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혐오성 시선과 자숙만 강요받은 마약중독자다. 그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동욱 활동가는 마약에 빠져 20여 년을 고통 속에서 보냈다. 그는 마약을 "정말 나쁜 약"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을 갉아먹고 결국 죽게 만드는 약이니까요. 이런 나쁜 약에 중독된 사람은 범죄자라기보다 환자에 가깝습니다."

마약 때문에 옥살이까지 한 이 활동가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실제 마약중독자는 훨씬 많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마약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은 중독자를 만났을 때 관심을 가지고 치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마약중독자는 치료대상임을 거듭 강조했다. 윤현준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란 미명 아래 마약중독자를 교도소에 가두고 출소 후에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며 사회 복귀를 막는다"며 "마약중독자가 중독을 치료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빌어 "(취재진의 질문을 막아서) 죄송한데 아직도 '환자'가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상희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마약중독자 역시 마약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포용할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며 "우리 헌법은 국민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약피해자’의 행복 역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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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퇴치하고 사람은 회복하고" 마약중독회복연대 일동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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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회복연대는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정부가 실시하는 처벌 중심의 마약 중독자 정책을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라는 대국민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 및 국회의 마약 중독 치료 예산 확충 처벌 위주에서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의 인권침해 관행 개선 국가인권위원회의 마약 중독자 인권침해 실태조사 촉구 등이다. 허 전 기자가 지난 3월 마약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고발하며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은 가을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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