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연구진이 공개한 연구 결과. 28세 청년의 두개골 엑스레이(왼쪽)와 58세 중년의 엑스레이. 위는 튀어나온 부분이 2.78㎝인 데 반해 아래는 2.45㎝로 더 짧다 [사이언티픽리포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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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PBS는 워싱턴포스트(WP)의 20일 보도를 지목하며 '스마트폰은 뿔을 자라게 하지 않는다. 나쁜 연구를 알아내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PBS가 언급한 WP 보도에는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코스트 대학 연구진이 작성한 논문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은 젊은 층에서 두개골 뒷부분 뼈가 자라나 융기하는 외후두융기(EOP·External Occipital Protuberance)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세기 후반만 해도 희귀한 사례였던 이 현상이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며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현대인의 습관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PBS에 따르면 해당 기사가 보도된 뒤 일각에서는 해당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논문을 게재한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이 해당 논문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PBS는 전했다. 사이언티픽 리포츠의 대변인은 "이 논문과 관련한 문제들을 살피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조처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연구 방법·결과 뒷받침할 자료 부족
또 조사 대상자를 뽑는 과정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상 이런 연구는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무작위로 뽑은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연구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 것이다. 리자이나 누조 미국 통계학회 수석 고문은 연구진이 척추교정 전문의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며 무작위로 뽑힌 대표성 있는 표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당도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중증을 제외한 경증 환자만 표본으로 삼았고, 엑스레이 사진 촬영 조건이 연구 대상마다 차이가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연구 방법과 결과에 대한 한계는 당초 논문이 게재됐을 때도 지적됐던 부분이다. WP에 따르면 예일대학 생리·뇌과학과 교수인 마이클 니타바흐는 이번 연구가 연구 참가자의 휴대전화 사용 행태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이미 지적했다. 휴대전화 사용과 두개골 형태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결론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 베개 벤처사업 운영 중?
이에 샤하르는 "지난 수년간 제품을 판매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 논문에서도 어떤 특정한 치료법 등을 제안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연구) 결론을 바탕으로 어린 나이부터 자세 유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자신이 벤처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사전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알려졌던 내용으로 "이번 연구는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젊은 성인층에서 뼈 돌출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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