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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환율·무역·기후변화 `쥐락펴락`…트럼프는 G20 독불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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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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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여 G20 회의가 화합이 아닌 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필요한 내용만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껄끄러운 내용은 축소 혹은 삭제하는 방식으로 일관해 그가 자국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로 G20 회의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다자간 협상의 장인 G20 회의가 미국 대 다른 회원국으로 양분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시작 전부터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의장국인 일본이 미국 입장을 적극 반영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일본 정부도 난처해졌다. 미국이 자국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 분야가 환율이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국가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다. 블룸버그는 26일 "달러값이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 환율이 중요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료 발언을 인용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달러값이 너무 높아 경쟁국이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유로화가 낮게 평가되면서 미국이 심각하게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달 초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나서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무역 적자 해소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대국 통화가치가 낮아지면 관세 부과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만 환율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꺼리는 주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G20 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며 적정 환율을 계산해 볼 때 현재 한국 원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이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 측 계산 방식에 따르면 두 통화는 적정가보다 6%가량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쯤으로 치부하는 지구온난화나 이를 막기 위한 기후변화 대책 역시 이번 회의에서는 의미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 공동선언문 초안에서 지구온난화나 탈탄소 등 글로벌 주요 이슈가 빠져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초안은 의장국인 일본이 중심이 돼 만든 것으로, 셰르파 회의 등을 통해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 FT는 그러나 의장국인 일본이 미국 측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초안에서 큰 변화가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 이탈리아 기후변화협상관은 FT와 인터뷰하면서 "일본이 기후변화에 리더십을 포기한 것이나 미국 의사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돌연 탈퇴를 선언한 뒤 관련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오사카 정상회의 선언문 초안에서 기후변화는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자원 고갈, 대기·해양오염, 생물학적 다양성 감소 등과 함께 언급되는 수준에 그쳤다.

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도 기존 회의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던 '돌릴 수 없다(irreversible)'는 표현이 빠졌다. FT는 미국과의 통상협정을 앞둔 일본 정부가 관련 표현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도 공동선언문에서는 미국 측 입김을 반영해 애매한 표현에 그칠 공산이 높다.

2008년 G20 출범 후 매번 포함됐던 '보호주의에 대항' 표현은 지난해 아르헨티나 회의 때 처음으로 선언문에서 빠졌다. 이번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면서 일본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고려해 표현을 '자유무역 촉진'으로 변경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G20 정상 회의를 통해 미·중 간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추가 관세 부과에 앞서 진행한 공청회에 미국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단은 휴전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CN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이 90%는 마무리됐다"며 "완료할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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