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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2년 선배의 사표 만류 "남아서 검경 수사권 막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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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후보자 8인 올랐던 조은석·황철규 잔류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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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2018년 1월 2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문무일 검찰총장(앞에서 첫 번째), 봉욱 대검차장(앞에서 두 번째) 등 검찰 수뇌부와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는 윤 후보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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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택, 동기 검사장들에 "검찰 남아야 한다"
윤석열(59·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날인 18일 사의를 표명한 송인택 울산지검장(56·21기)이 최근 동기 검사장들에게 "검찰에 남아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수원 2년 후배인 윤 후보자가 상관으로 오더라도 검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동기로는 박균택 광주고검장과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한 한찬식 동부지검장, 조국 수석의 부산 혜광고·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김기동 부산지검장과 윤웅걸 전주지검장 등이 있다. 송 검사장은 "아직 내 앞에서 그만두겠다고 밝힌 동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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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열린 '2018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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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수문화 관행 깨질 것" 전망도
윤 총장 후보자가 지명된 뒤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그의 선배 검사 중 사의를 표명한 검사장급 이상 검사는 26일까지 3명(봉욱 대검차장·김호철 대구고검장·송인택 울산지검장)에 불과하다.

과거 후배 기수가 총장으로 지명되면 즉시 사표를 냈던 관행과 달리 검사들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 검찰에 남은 19~22기 검사장급 이상 검사는 사의를 표명한 3명을 더해 21명, 윤 후보자의 동기를 더할 경우 30명으로 늘어난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윤 후보자의 한 기수 선배인 22기 검사장들은 이미 잔류설이 나오고 검찰총장 8인 후보자에 올랐던 조은석·황철규 고검장도 남을 것이란 말이 돌고있다"고 전했다.

검찰 역사상 검찰총장의 동기가 고검장 등으로 잔류했던 적은 있으나 선배 검사가 지휘부에 남은 적은 없다.

7월 8일로 예정된 윤 총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전후해 사표가 대거 제출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연수원 후배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선배들이 옷을 벗던 검찰의 관행이 깨질 것이란 전망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과거엔 총장이 "나가라"했지만 지금은 직권남용
몇년 전만 해도 퇴임하는 검찰총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같이 나갑시다"며 용퇴를 주문하고 함께 자리를 비웠던 것이 검찰의 관행이었다. 그 자리엔 후배 검사들이 임명돼 검찰은 이른바 '기수 문화'를 이어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기수 문화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권의 검찰 파격 인사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직권남용의 시대'에 그런 행동은 사퇴 압력으로 비칠 수 있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졌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젠 그런 행위도 직권남용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총장이 사퇴를 권유하는 문화는 사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러나는 게 맞다" vs "물러나면 안 된다"
검찰 내부에서 과거보다 검사장들의 사의 표명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검찰 일선에선 여전히 '선배들이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남아있을 이유야 만들면 되지만 결국 자리 욕심 때문 아니겠냐"며 "총장의 선배가 검찰 지휘부에 남은 관례는 없어 물러나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최근 선후배 검사장들을 만나 "청와대 의도대로 물러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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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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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에서 윤 총장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결국 지난 정부 검사장들은 모두 나가라는 뜻"이라며 "청와대 의도에 따라 물갈이가 돼서는 안된다고 반발하는 검사와 변호사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가 만만치 않아 나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후배들도 있어 보인다"며 "과거와 여건이 달라져 고심의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기수 문화' 언젠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윤 후보자의 선배 검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검찰 지휘부에 남더라도 총장 임기가 2년인 이상 검찰에 머물 시기는 1년 정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연수원 21기에선 한찬식·김기동 검사장 등이 고검장 승진자로 거론되는데 한 검사장은 환경부 수사로, 김 검사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미운털이 박혀 승진 여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김 검사장은 조국 수석의 대학·고교, 서클 직속 후배인 점이 변수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여권과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된 뒤 22·23기에서 고검장 승진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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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첫 적폐수사를 지휘했던 한찬식 서울 동부지검장의 모습. 사진은 지난해 10월 19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국정감사에서 한 검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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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선 검찰의 '기수 문화'도 이젠 변화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인사까지는 선배 검사들이 옷을 벗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기수 문화에 대해선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수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경직된 기수 문화가 검찰 조직을 보호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검찰의 발전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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