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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리더십 위기 한국당, 출발은 ‘우경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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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문 정부에 대한 ‘적개·복수심’만 가득

‘국회 정상화’ 합의문 파기 후 당 혼란…황 대표는 침묵 지켜

견제 역할 ‘소장파’도 없고 의견 조율 ‘중진정치’도 작동 안돼

경향신문

원내대책회의도 안 열고…황교안 따로, 나경원 따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사진)가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무명용사비 참배를 마친 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상훈·권호욱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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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총체적 혼란에 빠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서명까지 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지면서 당 지도부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제1야당의 무책임에 대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비판과 부정적인 국민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특히 황교안 대표체제 이후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당내 위기 상황이 근원이라는 지적이 있다.

합의문 파기 다음날인 25일 한국당 모습은 혼란스러웠다. 지도부가 주재하는 당 차원의 공식 회의가 없었다. 화요일은 통상적으로 원내대책회의가 있는 날이지만 이날은 열리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더십을 문제 삼는 의원들이 있다’는 질문에 “당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라고 했으며, 재신임 여부를 두고는 “저는 못 들었다”면서 선을 그었다. 또 “우리 의원들의 의견이 국민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재협상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

황 대표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는 6·25전쟁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서울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합의 파기에 대해 “원내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 말하겠다”고만 했다. 황 대표는 전날에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와 합의문 최종 조율을 했냐’는 질문에 “다 논의한다”고 답한 터다. 이 말대로라면 나 원내대표와 사전 상의했던 황 대표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가 수습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의원들은 웅성거리고 있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지도부 신뢰에 금이 갔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KBS 방송에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나 정치력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선제적으로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통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지지층에게 더 화끈해 보였을 것이다. 그런 기회들을 놓치다 보니까 이제 점점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당의 혼란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단 당내에선 국회 복귀로 얻을 실익이 불분명하다고 비판한다.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국회선진화법으로 고발된 40여명의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여당의 고소·고발 취하가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강경 여론 배경이라는 말도 있다. 의견을 조율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중진정치’의 실종, 강경파들에 제동을 걸어야 할 소장파 부재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근본적으론 이 같은 혼란상이 급격한 우경화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황 대표-나 원내대표 ‘투톱’의 세력 기반은 친박근혜계다. 탄핵 등에 분노하는 이들이 득세하면서 5·18과 세월호 유족,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이어졌고, 지도부도 격한 언사로 우경화에 편승했다. 극단으로 치달은 한국당은 비판 여론은 “여론조사 조작” “좌파언론의 문제”라고 했다. 당내에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 심리만 가득했고 이것이 비상식적 국회 정상화 거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 혼란 상황이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부, 정권에 대한 당 내부의 지나친 적개심, 강경파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합리적 세력의 부재 등으로 한국당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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