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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베네수엘라 전 정보기관장 “마두로가 범죄 기업의 우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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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두로가 범죄 기업의 우두머리이며 그의 가족도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재빨리 깨달았다.”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베네수엘라 비밀경찰(SEBIN) 국장은 자신이 SEBIN 수장으로 있던 당시 받았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한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심복으로 일했지만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주도로 강력한 반정부 시위가 일며 마두로에게서 등을 돌렸다.

세계일보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베네수엘라 비밀경찰(SEBIN) 국장. 워싱턴포스트 캡처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피게라 전 국장은 사회주의 혁명의 신봉자 중 한 명이었다.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국가의 아버지이자 마두로의 멘토였던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보안 책임자로 약 10년을 보냈다. 이후 그의 권력은 지난해 10월 마두로 정권에서 SEBIN 국장에 임명되며 정점에 이르렀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피게라를 포함한 베네수엘라 고위 관료 5명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30일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야권 지도자 과이도 국회의장이 주도한 군사 봉기가 일어나자 그는 깜짝 공모자로 떠올랐다. 마두로 정부 고위급 인사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정보기관에서 수년 동안 일해온 피게라는 SEBIN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마두로 정부의 부패에 눈을 떴다. 그는 “나는 국가의 상황과 정부의 부패를 지난 6개월 동안처럼 가깝게 본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피게라는 당시 자신이 마두로의 29세 아들을 보좌하는 사람에 의해 설립된 한 회사에 대한 의혹을 조사했고, 이 회사는 남부 지역 소규모 광부로부터 싼 가격에 금을 구입한 뒤 이를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독점권을 확고히 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피게라는 이 정보를 가지고 마두로에게 가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는 마두로 핵심 측근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게라는 현재 산업장관인 타렉 엘 아이사미 당시 부통령이 연루된 ‘돈 세탁’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비호 아래 베네수엘라에서 콜롬비아 반정부 게릴라 단체인 민족해방군(ELN)과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불법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차베스주의를 발전시키려 했던 자신의 과업을 옹호하면서도 일부 지나쳤던 일들에 대해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그 중 하나가 SEBIN의 수장으로서 자의적인 구금과 고문으로 고발된 기관을 운영한 일이다. 그는 “나는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며 눈물을 참았다. 그는 “가족들이 있던 사람들은 죽어서도 가족들을 보지 못했다. 이는 나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거기에는 죄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들에게 빚을 졌다. 나는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나는 마두로를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과이도의 군사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고 마두로는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 봉기 이후 피게라는 약 두 달 동안 이웃나라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보안요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숨어 있어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지난 24일 미국에 입국했다.

피게라는 마두로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며 “지금은 마두로 정권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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