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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국, 이란 최고지도자 ‘돈줄 죄기’…이란 “전쟁 갈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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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하메네이와 측근들 핵심 금융자산 등 경제 제재 나서

미군 무인기 격추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8명도 포함

로하니 “협박하면서 협상하자? 백악관은 정신적 장애” 비난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란 정치·종교의 최종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80·사진)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 등에 대한 대응으로 보복 공격 대신 제재를 선택했지만, 사실상 이란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외교 대신 전쟁을 갈망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이란 최고지도자는 물론 그가 임명한 관료, 최고지도자실에 물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부과되는 제재는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그와 최고지도자실에 가깝게 연계된 이들의 핵심 금융자산 및 재정지원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며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등을 강타할 제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권의 적대적 행위에 대한 책임이 궁극적으로 하메네이에게 있다”면서 이번 제재가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지만 그 사건이 없었어도 부과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는 (하메네이) 정권이 핵무기 추구, 우라늄 농축 확대, 탄도미사일 개발, 테러 지원 및 관여, 국제 분쟁의 조장, 미국과 그 동맹국을 향한 적대적 행위 등 위험한 활동을 포기할 때까지 압력을 계속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별도 성명에서 “핵 야망을 버리고 선의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브리핑에서 미군 무인기 격추를 실행한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 사령관 등 군 고위 간부 8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 중 5명은 호르무즈 해협을 담당하는 해군 장성이어서 최근 유조선 피격 사건의 주체를 이란으로 규정한 셈이다. 그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리프 장관은 2015년 이란 핵합의 타결의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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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에 궁극적 책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워싱턴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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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가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그가 운용하는 엄청난 규모의 자산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군사활동의 돈줄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혁명수비대의 통솔권자이며 혁명수비대는 글로벌 기업에 버금가는 경제활동을 한다. 이 돈줄을 차단해 이미 지난 4월 테러단체로 지정한 혁명수비대의 활동을 고사시키겠다는 계산이다.

근본적으로는 이란의 통치체제를 부정하겠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이슬람법학자 지배체제의 정점으로 국가 정책의 최종결정권자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이란이슬람공화국 체제에 대한 부정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의 체제 변화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5일 “미국이 협상을 맡은 외무장관을 제재한다. 그러면서 무슨 대화를 하자는 것이냐. 협박하면서 협상하자는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백악관은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맹비난했다.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강경파들을 겨냥, “외교를 경멸하며 전쟁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드 타크트 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대사는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제재하면서 대화하자는 제안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은 대화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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