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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생확대경]`인구절벽시대` 정원외선발 폐지 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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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로 3년 뒤 입학자원 9만명 부족

대학구조조정 연착륙하려면 고통분담 불가피

“정원 외 특별전형→ 입학정원으로 흡수해야”

이데일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9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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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가파른 인구절벽이 대학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매년 10만 명에 달하는 재수생 수를 감안해도 2023학년도에는 대입정원 대비 입학자원이 9만 명 이상 부족해진다. 교육부가 3년 내 70개 대학이 문 닫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1995년 도입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설립을 허용해 준 탓에 일반대학만 38곳이 새로 생겼다. 우후죽순 설립된 대학 중 학생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시장논리에 따라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연착륙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수십 개의 대학이 문을 닫으면 사회적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지방대 줄도산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또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전북 남원시 소재 서남대는 2018년 폐교됐다. 설립자의 교비횡령 등 부실경영으로 부채가 쌓이고 신입생 충원율이 하락하자 결국 퇴출된 것이다. 이후 학교 주변 상권도 몰락했다. 한 때 학생들로 붐볐던 음식점·피시방·편의점·당구장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학교 주변뿐 아니라 남원시 전체가 활력을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오죽하면 서울소재 대학 교수까지 지방대 몰락은 곧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역경제가 몰락하는 상황에서 서울만 번영을 누린다고 경기가 살아나진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사회도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의 사회적 공론화는 대입개편이 아니라 대학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육계 한 편에서는 대학 ‘정원 외 특별전형’의 폐지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농어촌학생·특성화고졸업자·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입학정원의 11%까지 정원 외 특별전형을 허용하고 있다. 농어촌 특별전형이 1995년에, 저소득층 특별전형은 2009년에 도입됐다. 이는 모두 대학들이 신입생 부족을 겪기 전의 일이다. 학생 부족이 심각해진 지금은 정원 외 특별전형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절벽이 현실화 할 경우 지방대는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향후 대학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을 중시할 계획이어서 어차피 채우지 못할 정원은 갖고 있어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 반면 서울소재 대학들은 당분간 어려움 없이 신입생을 충원할 수 있다. 서울소재 대학의 정원 외 선발을 폐지한 뒤 이를 ‘정원 내 모집’으로 흡수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은 불가피하게 정원을 줄여야 하는 대신 서울은 정원 외 선발만이라도 없애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원 외 특별전형의 도입 취지가 사회적 약자 배려에 있는 만큼 이를 없애는 대신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이미 시행 중인 정원 내 고른기회전형의 선발비율을 높이든가 정원 내 일정비율을 사회적 약자로 충원토록 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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