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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지자체는 불법 성매매 전단지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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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 디자인업체 추적하고 전화마비시키고 수거보상금까지

세계일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유흥 밀집지역 길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불법 성매매 전단지’에 칼을 빼 들었다. 불법 전단지는 그동안 차량을 통해 은밀히 배포가 이뤄지고, 대포폰 사용으로 광고주가 쉽게 잡히지 않아 배포자를 검거해도 또 다른 배포자가 나오는 등 근절하기가 어려웠다. 서울시는 최근 성매매 전단지를 디자인하고 인쇄한 업자까지 찾아내는 등 성매매 전단지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성매매가 연결되는 전화를 마비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과를 거뒀고, 부산시는 전단지를 회수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주는 등 ‘전단지와 전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 전단 배포자뿐 아니라 디자인, 인쇄업자까지 추적 검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관(이하 민사경)은 24일 QR코드를 활용한 성매매 전단지 총 14만장을 제작, 배포한 일당 8명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성매매 전단지 배포자 위주로 검거가 이뤄져 광고주부터 전단지 디자인업자, 인쇄업체, 배포자까지 한번에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일보

김경호 기자


이들은 서울 강북, 중랑, 노원, 도봉, 송파구 등 주요 상업지역과 모텔 밀집지역에서 일명 ‘출장안마’라고 불리는 성매매 암시 전단지를 뿌렸다. 전단지에는 QR코드가 있어 휴대폰을 통한 성매매 사이트 접근을 유도했다. 사이트는 별도 성인인증이 없었고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 나이, 신체사이즈 등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서울시 민사경은 전단지 배포자뿐 아니라 광고주, 디자인, 인쇄업자까지 추적에 나섰다. 민사경에 따르면 성매매 전단 광고주 A씨는 ‘고소득 알바’라며 성매매 여성들을 모집해 출장안마와 성매매 사이트를 운영했다. 디자인업자 A씨는 B씨로부터 성매매 사이트를 연결하는 전단지 제작을 의뢰받아 디자인 시안을 제작하고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총 14만장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쇄제작업체에 주문했다. 인쇄제작업체 C사는 성매매 전단이 금지된 광고물인데도 인쇄제작 해 B씨에게 배송했다. 배포자들은 B씨의 지시를 받아 일주일에 3~4일 승용차로 서울 번화가를 돌며 전단지를 뿌렸다. 공공장소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성매매 전단을 배포할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세계일보

QR코드를 활용한 성매매 전단지. 서울시 제공


◆ 전단 번호 마비위해 일명 ‘폭탄전화’ 돌리기도

일부 지자체는 성매매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일명 ‘폭탄전화’를 걸어 전화를 마비시키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10분마다 전화를 걸어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안내하거나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계속 전화를 걸어 통화를 막는 식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불법전단 근절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단지에 있는 5619개 전화번호로 15만6906차례 전화를 걸었다. 수원시는 그 결과 불법전단유포가 74%가 줄었다고 파악했다. 시의 사례에 따라 올해 1월부터는 경기도 전역으로 ‘폭탄전화’ 시스템이 확대됐다.

서울시도 2년 전부터 프로그램이 3초 간격으로 통화를 걸어 전화를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불법 전단지를 막는 일명 ‘대포킬러’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동네에서 불법 전단지를 발견하고, 서울시 민사경에 보내면 ‘대포킬러’를 작동해 전화를 마비시키는 식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60여개 성매매 전화번호가 마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흥시설이 밀집한 부산 북구, 해운대구도 불법 전단지로 고민하다 올해 초 ‘폭탄전화’를 운영했다.

◆ 부산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수거보상제

부산 진구, 해운대구 등 유흥업소가 모여 있는 부산 일부 지역에서는 인근 거주자를 대상으로 ‘수거보상제’를 운영 중이다. 불법벽보나 도로변 불법 전단지, 성매매 명함 등을 수거해 오면 구청이 장당 보상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 2월 한시적으로 불법 전단 수거보상제를 운영해 170만장의 불법전단을 수거했다. 1인당 전단 수거 보상금은 10만원 한도 내에서 전단 1매당 20원을 보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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