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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反中' 홍콩처럼 격렬시위 사흘째···조지아 '반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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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러시아 의원 연설에 "역사에 대한 모욕"

2008년 침공한 러시아에 악감정 폭발

1만여명 시위…러, 항공 운항 잠정중단

러시아 남부의 인구 400만 소국(小國) 조지아(Georgia, 그루지야)가 사흘째 이어진 반러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러시아에게 반대(No to Russia)”를 외치며 의회 청사를 둘러싼 시위대 모습은 흡사 반중(反中) 시위를 벌이는 홍콩을 연상시킵니다. 일부 시위대는 유럽연합(EU) 국기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러시아는 점령자”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 때 독립한 조지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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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청사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플래카드엔 '우리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진격한) 조지아 2008년과 우크라이나 2014년을 기억한다'고 적혀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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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조지아를 방문한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의 의회 연설입니다. 가브릴로프는 기독교 정교회 의원들 간의 친선협의회(IAO) 참석차 왔는데, 조지아 출신인 그가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한 게 국민들의 반감을 불렀다는군요. 외신들에 따르면 가브릴로프는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의 전쟁 당시 러시아군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받는답니다.

AP 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부터 성난 시위대 1만여명이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청사를 둘러쌌습니다. 이들은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하며 의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가 난무했고 최소 240명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시위는 반정부 구호로 확대돼 결국 이라클리 카자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이 사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22일에도 전날 시위를 강경 진압한 내무장관 사퇴, 체포자 석방,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주장하며 거리를 메웠습니다.

이들의 항의는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GD)이 취하는 친러시아적인 행보를 겨냥합니다. 조지아는 2003년 무혈 '장미혁명' 이래 친서방 노선을 택했지만 2008년 이를 위협으로 여긴 러시아의 침공을 맞닥뜨렸습니다. 이때 러시아와 맞닿은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이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포하면서 조지아는 영토의 약 20%에 해당하는 지역의 지배력을 잃었습니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현재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식국가라기보다 러시아 군대가 주둔해 있는 ‘러시아 점거 지역’으로 받아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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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옛 그루지야)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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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로선 마치 크림반도를 뺏긴 우크라이나 같은 신세였지요. 때문에 양국은 오랫동안 냉랭한 관계였습니다. 러시아가 조지아의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방해한다는 의혹도 줄곧 불거져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기오르기 크비리카쉬빌리 당시 총리가 “러시아와의 양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등 최근 들어 관계 회복 조짐이 있었습니다. 이는 조지아 내부에서 친러-반러 논란을 불렀습니다. 특히 현재 우크라이나로 도피해있는 전 조지아 대통령 미하일 사카슈빌리와 그 지지자들은 “현 집권당이 러시아에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며 맹비난합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조지아 측이 터무니없이 러시아를 비난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태의 빌미를 준 가브릴로프 의원은 이번 시위 배후에 쿠데타를 노리는 친서방 성향의 "극단적 집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교차관도 “양국 간 정상적 외교관계를 방해하기 위해 갖은 짓을 하는 조지아 내 극단 정치세력의 준동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국영방송 등은 혼란한 시위대를 비춰주면서 “서방식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고 조롱했습니다.

시위가 계속되자 러시아는 22일 자국민 보호와 항공 안전 등을 이유로 조지아로의 자국 항공기 운항을 다음달 초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조지아 항공사들의 러시아 운항도 다음 달 8일부터 잠정 금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에 더해 자국 여행사들이 조지아 관광상품 판매를 삼가도록 권했습니다. 크렘린궁은 현지 상황이 안정화되고 러시아인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이번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BC에 따르면 관광을 주산업으로 하는 조지아엔 지난해 러시아인이 170만명 방문했고 올해도 현재까지 50만명 방문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조지아 관광업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시아는 조지아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14.5%)이며 수입국 순위로도 터키에 이어 2위(9.9%)입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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