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7 (금)

김상조 "내가 왜 기업 氣를 꺾겠나… 정책 유연성 갖출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靑정책실장, 재계와 소통 의지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들의 기(氣)를 꺾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재벌 저격수'로 잘 알려진 자신의 반(反)기업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재계와 적극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21일 오후 공정거래위원장 이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상조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면 왜 기업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각종 규제와 법인세 인상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실장은 "(기업에서 하는 말을) 충분히 듣고 협의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이게 기업들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종전보다 재계와 더욱 대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공정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재계와 소통하는 일이) 상당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정위가 조사와 제재 기능을 하기에 이해관계자를 접촉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재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임식에서 "(공정위가) 재벌 개혁 등 공정 경제를 이루기 위한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현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벌 총수들도 적극 만나겠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재벌 총수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말에 "원하시는 누구라도 (만날 것)"라고 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겠느냐는 질문에는 "요청하면 만나겠다"고 답변했다.

김 실장의 친기업적인 발언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한 10대 그룹 CEO는 "김 위원장을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기존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라는 뜻 아니냐"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재계와 활발히 소통했던 김 실장에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김 실장을 처음 만났을 땐 원칙론자처럼 보였지만 여러 번 만나보니 재계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현실적인 경제 정책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자리·소득이 우선순위

김 실장은 지난 21일 이임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둘 정책은 일자리와 소득"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또 "(대통령이 임명한 이유는)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께 잘 설명하고, 국민 목소리를 잘 듣고, 그러면서 체감하는 성과를 내도록 열심히 일해달라는 취지의 뜻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 주도 성장'은 일부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효과에 거리를 두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김 실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오버 페이스'였고, 지난 2년간의 속도로 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취약계층에 미친 충격이 큰 건 사실"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임식 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때그때 경제환경에 필요한 정책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충분한 유연성을 갖추겠다"며, 유연한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경제부총리는 합참의장, 나는 병참기지 참모장"

김 실장은 과거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간의 불화를 염두에 둔 듯,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에게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 "홍남기 부총리가 합참(합동참모본부) 의장이고, 저는 병참(兵站)기지 참모장"이라고 말하는 등 경제 위기 속에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 부총리를 추켜세우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정책실장의 역할에 대해 "홍 부총리와 유은혜 부총리 등 각 부처 장관들이 현장에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후선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자신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고, 청와대가 뒤에 물러서 있기에는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 인사는 정책 기조를 한 치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김 실장이 자신은 병참기지라고 한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김 실장은 꽉 막힌 국회 상황을 어떻게 풀 것인지를 묻자, "사전 협의 요청을 드려 수락한다면 언제든 여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을 뵐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와의 소통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지난 2년간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성과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이번 인사가 현 정부 경제정책 라인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번 청와대 인사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는 언급을 피했다.



[김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