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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진퇴양난에 빠진 트럼프의 대이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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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보복공격 취소 뒤 화전 양면 압박

추가 제재 발표하면서 ‘이란 번영 돕겠다’ 천명

사이버공격 외에 뾰족수 못찾고 긴장 고조시켜

이란도 “분쟁땐 통제불능될 것” 대항 의지 다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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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 미국의 무인기를 격추시킨 이란에 대해 경제적 제재 강화나 ‘사이버 공격’ 외에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페르시아만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긴장의 덫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이란에 대해 주요 제재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캠프데이비드 별장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추가적인 제재들을 부과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빨리 움직일 것”이라며 즉각적인 추가 제재를 다짐했다. 그는 나중에 트위터에서 이란 추가 제재가 24일부터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자신이 미국 무인기를 격추한 이란에 대한 군사보복을 지시했다가 실행 직전에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이 공언하던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자,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더욱 강화해 이란의 백기투항식 대화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미 사이버사령부는 이란이 무인기를 격추한 20일 이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실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사이버 공격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를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미국의 이런 사이버 공격은 이란의 반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009년 이란의 원자로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공격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이란도 그동안 사이버 공격력을 구축해, 미국의 은행과 전력망에 효과적으로 침투한 전력이 있다고 미 정부는 보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대이란 추가제재 부과를 발표하면서도, 이란의 번영을 자신이 도울 수 있다며 이란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격추한 무인기 근처의 35명이 탄 유인 정찰기도 격추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란 문제에 대해 강온 양면을 오가는 트럼프의 입장 자체가 자신과 미국이 처한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란 쪽에서는 미국에 대한 대항 의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란군 고위 사령관인 골라말리 라시드 소장은 23일 “만약 이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어떤 나라도 그 범위와 시기를 조절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 지역에서 잘못된 행동을 피해 미군의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의회도 미국과의 결사항전을 촉구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의회 부의장은 이날 회기 개회사에서 “미국은 테러 단체들에게 첨단무기를 제공하고 불안정을 야기하며 각국에 혼란을 전파하는 진정한 테러분자들인데, ‘와서, 대화하자’고 여전히 말한다”고 미국의 이중성을 비난했다. 이에 의원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이란과의 격화되는 대결에 직면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안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신문은 수십년간의 제재에 내성이 있는 이란이 미국의 최대한 압박 정책에 맞서 페르시아만의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대항책을 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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