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6일(현지시간)에도 “어제(15일)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공개한 트럼트 대통령의 친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신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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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친서에 대해 “아름답고, 흥미로운 내용”이라고만 언급한 것처럼, 김 위원장 역시 “훌륭한,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했을 뿐이다. 단, 지난 2월말 2차 북ㆍ미 정상회담(베트남 하노이) 결렬 이후 교착국면에 놓인 북ㆍ미 협상의 돌파구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기다려보겠다”고 언급한 이후 북한이 미국을 향해 ‘셈법’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답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공개적으로는 대북제재와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동시병행’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며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ㆍ단계적’ 해법에 상대적으로 더 접근한 개념인데, 김 위원장이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양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담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주위의 참모들은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내정치적(대선)으로나 외교적으로 조만간 북핵과 관련해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만족한다”거나 “심중히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번 친서를 환영하고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북미 정상 간 진행되는 친서 교환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우리 정부는 한미 간 소통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교착상태였던 북한과 미국이 친서를 통해 교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당장 정상회담으로 급진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흔들며 자랑하듯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미국에서 받은 친서를 공개하지 않는 게 북한의 관례”라며 “중국과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약속을 받은 북한이 ‘중국이 나서기 전에 해결하라’거나 ‘G20에서 미 중간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라’는 대미 압박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친서 도착 사실을 공개한 시점도 내부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도착 사실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21일) 이틀 뒤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19일부터 22일까지 북ㆍ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 조명했는데, 23일 친서 공개를 통해 중국과 미국 정상들이 연이어 김 위원장을 만나거나 친서를 보낸 사실을 부각한 셈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의 무오류성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며 “북·중 정상회담과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북한 내부적으로는 ‘세계 2대 초강대국이 연이어 김 위원장을 찾았다’는 식으로 리더십 회복 차원으로 여길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양국 정상간 소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확인했다. CNBC 등 미국 언론들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친서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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