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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내 책을 말한다] '나를 망치는 나쁜 성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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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배신하고 소외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에는 서서히 무뎌지는. 나 역시 그랬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만족스러운 삶이 찾아올 거라 믿었다.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으로 홀로 찾아간 응급실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 '나'는 언제나 더 발전하고 더 완벽해져야 할 존재였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백화점 매입부를 거쳐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프로젝트 리더, 인사교육 담당자로 5년간 일했다. 세상이 말하는 매뉴얼대로 성실하게 살아온 대가로 얻은 안정적인 자리였지만 공허했다. '나'로 살고 싶어 대학원에 입학, 표현예술치료를 전공하고 미술치료사로 일했다. 출산 후에는 대학과 기업에서 커리어컨설턴트, 취업지원관, 심리상담자로 많은 사람을 만나 상담했다. 일을 바꿨지만 내 감정과 욕구를 내면 가장 밑바닥에 눌러놓고 스스로를 공감하는 데는 실패했다. 굳어진 삶의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완벽한 번아웃을 겪고 멈추어 그저 존재하는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비로소 불완전한 나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어린 시절 결핍된 것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어른으로 한 뼘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다.

'나를 망치는 나쁜 성실함'(웨일북)의 많은 부분은 '진짜 나를 만나는 방법'에 관한 실제적인 이야기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꿈을 기록하는 등의 시간 속에서 나는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마음속 웅크린 그림자를 마주했다.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 여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친 '나쁜 성실함'이야말로, 매 순간 나를 괴롭혀온 감옥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나쁜 성실함'에서 빠져나와 온전한 나로 자연스럽게 사는 길에 들어섰다. 이 책은 그 길을 더 많은 사람과 동행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첫 번째 결과물이다.

[전민재 전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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