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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정부가 별도 재원 마련해야"...한전 '전기요금 인하'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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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온정 기자 =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21일 '여름철 한시적 누진구간 확대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영업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사외이사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전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차한 한전 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는 장장 4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의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 포함 비상임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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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한전 전력아트센터에서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2019.06.21 onjunge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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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사회에서는 비상임이사들이 권고안 수용에 따른 적자 보전 방안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이사진들이) 각자의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고 전해 회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TF가 권고한 한시적 누진구간 확대안은 누진제의 3단계 과표구간 중 저렴한 요금이 적용되는 1·2단계 구간을 늘리는 안이다. 채택될 경우 16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할인돼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만 그 혜택이 고스란히 한전의 영업손실로 연결된다는 문제가 있다.

최종안에 따르면 1단계는 기존 200kWh에서 300kWh로 확대되고 187.6원이 부과되는 2단계 구간도 200~400kWh에서 301~450kWh로 늘어난다. 280.6원이 적용되는 3단계 구간은 400kWh 초과에서 450kWh 초과로 줄어든다.

이 경우 월평균 전력 사용량 450kWh 이하인 가구는 여름철 전기요금이 이전보다 감소한다. 작년 기준으로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7~8월 두 달간 전기료 할인액을 계산해보면 약 3304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3000억원이 넘는 전기료 할인액을 누가 부담하냐는 것이다. 지난 3일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일부 소요재원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으로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해 이미 2080억원 적자를 본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부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이사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감지됐다. 최승국 비상임이사(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는 이사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도 소비재이기 때문에 원가가 반영돼야 하고 이용자 부담이 지켜져야 한다"며 "복지가 필요하면 정부가 별도 재원을 마련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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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시작에 앞서 행사장 입구에서 한전과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06.11 onjunge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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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누진구간 확대안을 반대하며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한전은 최근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로펌에 의뢰하며 대응방안을 고심했다. 한전은 이날 이사회에서 로펌의 검토결과를 이사진들에 공개하고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검토결과가 이사진들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끝난 뒤 김태유 의장(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은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는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기본 공급약관 개편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조만간 가까운 시일 내 추가적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그때까지 (논의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해 많은 말을 드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전 이사회에서 최종안이 가결됐다면 개편된 전기요금은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사회가 결정을 보류함에 따라 당분간 현행 요금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onjunge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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