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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日 장관의 기묘한 SNS 활용법…그가 믿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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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우리 외교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재원을 모아 대법원이 배상판결을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원고)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이 방법을 일본이 받아들인다면 일본이 요구하는 '외교적 해결'에 응할 용의가 있다며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예상대로 일본은 우리 정부의 제안에 대해 거의 즉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가 일본 외무성의 국제보도관실을 통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청한 것은 한국에서 일본에 재안한 내용을 공식화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요, 이메일로 답변을 주겠다는 일본 외무성은 한 시간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우리로 치면 외교부 대변인인 일본 외무성 보도관이 내신(일본) 기자들에게 한국 측 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공식 입장을 요청한 '외신 기자'에게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는 점이 썩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일본 외무성을 이끄는 고노 타로(河野太郎) 외무상은 트위터의 개인 계정을 통해 이미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에 대해 트윗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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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한국으로부터,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거출(출연)한 재원으로 대법원 판결이 끝난 원고들에게 위자료 지급을 충당하는 것에 일본 정부가 동의하면 청구권협정에 기초한 협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고노 장관의 이 트위터는 어제 오후 5시 24분에 올린 것입니다. 교도통신 등을 인용한 기사들을 감안하면 이 트윗은 외무성 보도관이 일본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시간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외무성 내부에서 이런 내용의 대응을 하기로 공유한 뒤에 보도관이 내신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장관은 별도로 본인 계정의 트위터에 올린 겁니다. 6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고노 장관의 남다른 트위터 활용법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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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장관의 트위터 계정은 저도 이미 전부터 받아보고 있었는데요, 그동안 짬짬이 지켜본 결과 흔히 생각하는 고위 공무원들과는 사뭇 다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치적을 소개하고 정적을 공격하며, 이용자 개개인과의 소통은 전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로 '효과적'으로으로 트위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는 또 다른 유형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이용자1 : 고노 대신(장관)은 개인적인 시간에는 뭘 하고 있을까.
고노 장관 :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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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2 : 고노 다로 씨가 리트윗해 준다면 복권에 당첨되는 정도의 행운이 찾아온다는 소문을 흘려보자.
고노 장관 : 나라면 복권에 당첨되는 길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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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볼까요. 다음 트윗은 지난 주말 몽골을 다녀온 뒤에 고노 장관이 올린 겁니다.

이용자3 : 귀국을 환영합니다. 소박한 의문인데, 시차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고노 장관 : 정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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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위공무원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장관의 트윗이 꼭 진지하고 무거워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일반 이용자들의 언급에 일대일로 답변을, 그것도 경어를 사용하지 않고 해 준다는 사실이 좀 놀랍습니다. 일본의 트위터 이용자들 가운데서도 고노 장관의 계정을 사실은 비서가 운영하고 있다거나, 틀림없이 트위터 전문 인력을 쓰고 있을 거라든가 하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요, 아무튼 고노 장관의 계정은 트위터가 인증한 공식 계정이기도 하고, '비서가 대신 써주는 거 아닌가요?'라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비서가 그런 일을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라는 대답을 한 적도 있는 걸로 보면 역시 장관 본인이 직접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노 장관의 '기묘한' SNS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예고하더니 어젯밤 한 시간 정도 방송을 했습니다. 제목은 '베이컨의 비밀'인데요, 라이브 방송에 이런 제목이 붙은 이유도 고노 장관의 예전 트윗 내용에 기인한 겁니다. 지난 5월 고노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는데요(강경화 장관과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그곳에서 열렸습니다), 다녀온 뒤 이런 트윗을 남긴 겁니다.

고노 장관 : (귀국해서) 새벽 3시 반에 집에 갔더니 아들이 전력으로 '베이컨!'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용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고노 장관은 이틀 뒤 "아, 베이컨은 결국 %!@!$%%"이라고 더 미궁같은 트윗을 남겼습니다. 역시 베이컨이 대체 무슨 뜻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은 거죠. 이 '베이컨 사건'을 제목으로 이용(명백히 '낚시'로 보입니다)한 어제 유튜브 라이브를 본 시청자는 1만 명에 달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결국 베이컨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아무튼 1시간 정도의 방송에서 고노 장관은 외무성 현안과 외교관들의 생활에 대해 1만 명의 시청자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나름 '쏠쏠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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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신문은 오늘(20일)자 지면에서, 고노 장관의 이런 트위터 '활용'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트위터 내에서도 고노 장관이 본인에게 비판적인 이용자들에게는 트위터를 보지 못하게 하는 '블록'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블록 다로'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소개한 겁니다. 그러면서 '총리를 목표로 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다니는 정치인으로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냐며 '성숙한 이용'을 넌지시 주문했습니다. 결국 고노 장관의 '믿는 구석'이란, 지지자 혹은 본인의 트윗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과의 '친목 소통'이라는 걸 에둘러 비판한 셈입니다.
일본 외무상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들에게는 '외신 기자'인 저로서도 중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트위터에서 고노 장관의 다소 황당하기도 한 '투고'를 계속 볼 수 밖에 없는데요, 그가 이용자들와의 장난스러운 소통은 좀 자제하고, 외교에 관해 좀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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