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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원을 잡아라”… LG·SK, 현대차 배터리 수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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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50만대분 2021년까지 분리 발주 / 1∼3차 LG화학·SK이노 두 곳만 경쟁 / 국내 첫 대형 발주… 물러설 수 없는 승부 / 현대차 “성능·가격·상생환경 고려 결정”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발주하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용 배터리 공급을 놓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맞붙었다.

현대차그룹 발주 예상 물량은 총 250만대분, 15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오는 2021년까지 네 차례에 나눠 발주된다.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한·미 양국에서 맞소송 중인 양사는 폭스바겐 등 해외 굵직한 프로젝트에 이어 국내 첫 대형 발주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수주전을 펼치게 됐다.

19일 메리츠종금증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 1차분 발주를 완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중 한 곳이 선정됐으며 회사명은 비공개다. 이 물량은 2021년 출시하는 현대· 기아차 친환경차(전동화 모델)에 공급된다. 최근엔 2022년 출시할 모델에 탑재할 2차분 발주가 시작됐다. 이어 2021년엔 3차분 발주가 예고돼 있고 1∼3차 모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두 곳이 경쟁한다. 중국 내수용 모델에 탑재할 ‘E-GMP China’ 프로젝트는 내년 발주 예정인데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과 JEVE가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당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모두 이런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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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주는 총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월 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2025년까지 전동화 모델을 44개로 늘린다는 미래기술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이브리드차(HEV),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등 현존하는 모든 형태의 친환경차를 개발해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핵심 전략 중 하나가 E-GMP 개발이다. 현대차는 E-GMP를 하반기 공개하고 이에 기반한 첫 신차를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차 업계에서 플랫폼이란 ‘골격’을 말한다. 부품 수가 3만개에 달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1만3000개)는 배터리와 모터 정도가 핵심이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플랫폼에 전동화 부품을 덧댄 수준으로, 전동화 장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엔진룸, 변속기, 구동축 등을 삭제하면 휠베이스가 확 늘어나고 배터리를 바닥에 깔면 트렁크가 훼손되는 일도 없다. 뿐만 아니라 동력계 부품을 교체하고 외부 기기를 탑재하는 개인화도 한층 용이하다.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거주공간의 이동’이란 패러다임 변화가 가능한 배경이다. 플랫폼 자체를 타사에 판매(라이선스-아웃)하면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도 당길 수 있다.

이번 수주전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골고루 담을 가능성이 크다”며 “누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확보하고 얼마나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능과 가격, 상생 환경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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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빅뱅을 앞두고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합작사 설립에 부정적이던 LG화학이 지난주 중국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질의 배터리 확보가 시장 주도권 다툼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폭스바겐 2020년 출고 물량 중 일부가 아직 공급자를 찾지 못했고 아우디 역시 같은 이유로 전기차 E-트론 출고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9년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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