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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北어선 귀순` 軍 은폐 의혹…北 눈치 보느라? 경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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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북한 선박 경계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서울 국방부에서 2019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며 엄중한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19일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진입한 북한 어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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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선박 발견 장소와 귀순 경위 등을 놓고 명확한 설명이 없었던 군 당국이 이틀이 지나서야 이를 공개한 것을 두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려는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 의도는 해군과 해경의 경계작전 실패를 무마하려는 것이거나,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15일 해경 측에서 발견 장소를 '삼척항 부두'로 전달받고도 17일 첫 발표에서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해당 선박이 해류에 떠내려 와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이와 달리 엔진을 가동해 이동한 후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북한 선박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사흘간 동해상에 머물렀지만 주민 신고가 있기 전까지 군은 이를 식별하지 못했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지난 9일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군에 합류했다. 이후 11~12일 위장 조업을 한 해당 선박은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었고, 13일 오전 6시께 울릉도 동북방 약 55㎞ 해상에 도착했다.

14일 오후 9시께 삼척항 동방 수 ㎞ 지점에서 엔진을 꺼놓고 대기하다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다시 출발해 이날 오전 6시 20분께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부분에 정박했다.

신고자는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 4명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다"면서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로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4명 중 1명은 인민복, 1명은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었으며 나머지 2명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이들이 타고 온 북한 선박은 현재 동해 1함대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으로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했으며 어구가 실려 있었다.

북한 선박이 삼척항 인근에 접근할 때 NLL 부근으로 경비함 여러 척이 경계 작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P-3C 초계기와 해상 작전헬기 등도 정상적으로 초계 활동을 펼쳤다.

15일 오전 6시 15분께 삼척항 인근의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 체계에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선박 모습이 1초간 2회 포착됐지만, 남측 어선으로 판단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군경이 민간인의 신고가 있을 때까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안팎에서는 해안경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히 되짚어 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100가지 잘한 점이 있더라도 이 1가지 경계 작전에 실패가 있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같은 날 이와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있었던 만큼 9·19 남북합의를 무효화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면서 "어선이 아니라 간첩선이라면 어쩔 뻔했나. 이 정권의 국방 무력화가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합동참모부는 이날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에게 관련 보고를 하며 "동해상이 워낙 넓은 지역이어서 감시 정찰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북한 목선은 1.8t으로 파도가 목선보다 높아 감시 정찰이 어려웠다. 속초 해안선을 따라 열영상장비 전력을 보강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정원은 "처음 조사할 때는 4명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송환 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남씨와 김씨가 '북으로 가면 죽거나 교화소에 간다'며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정범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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