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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 피난처 주목받는 해상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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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사상 최고 기온 행진

2014년 이후 우리는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더운 해들을 보내고 있다. 인류가 공식적으로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기온이 높은 해 1~5위가 모조리 2014년 이후에 몰려 있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해 북반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역대 최고, 최장의 폭염에 큰 고통을 겪었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300만년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태우고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산림을 없앤 대가다. 이대로 놔두면 10년 후엔 기후가 300만년 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2~3도가 높았다.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미적지근한 대응에 그친다면 2100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3.2도 오를 것으로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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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올해는 지난해보단 폭염이 덜할 것으로 예보했지만 4월 기온이 역대 2위를 기록하는 등 올해도 기록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남반구 호주에선 1월에 역대 최고 기온의 여름을 보냈고, 러시아와 베트남은 가장 뜨거운 5월을 보냈다. 인도 북부에선 벌써 50도의 폭염이 발생했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는 5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4.7ppm으로 기록돼 1958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곳의 월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은 것은 2014년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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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의 30%가 해안지대 거주

온실가스 농도 상승은 기온을 높이는 것과 함께 바닷물 수위를 높인다. 수온 상승으로 바닷물이 팽창하고 극지대와 그린란드, 히말라야나 알프스 같은 산악지역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탓이다. 2014년 발표된 기후변화정부협의체(IPCC) 5차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 폭이 52~98cm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해수면 상승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간 해수면 상승 폭은 1990년대 2.5밀리미터에서 지금은 3.4밀리미터로 커졌다. 최근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상승 폭은 2100년 62~238cm로 2미터를 넘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바다에 면한 지역에 인구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인구의 30%인 24억명이 해안지대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세계 대도시들의 상당수가 바다를 끼고 있다. 바다에 접한 삼각주 도시들에 거주하는 인구 수가 3억4천만명에 이른다. 인도의 콜카타, 뭄바이, 방글라데시의 다카, 베트남의 호찌민, 중국의 광저우, 상하이, 홍콩, 필리핀의 마닐라, 호주의 멜버른, 미국의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뉴욕,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일본의 도쿄, 오사카, 이탈리아의 베니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주요 대도시 상당수가 이에 속한다. 기후변화 감시단체인 클라이미트 센트럴(Climate Central)은 3도 상승시 2억7500만명이 터전을 잃을 위험에 처할 것으로 우려한다. 2도 억제에 성공해도 2050년께는 적어도 570개 도시, 8억명이 해수면 상승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타이 방콕의 일부 지역은 해마다 2cm씩 침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지하수 개발로 인한 침강 문제까지 겹쳐 있다. 자카르타 북부지역은 지난 10년새 2.5m나 가라앉았다. 지금도 매년 수센티미터씩 가라앉는 중이다. 남태평양 섬나라 가운데 일부는 이번 세기 중반이면 완전히 해수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대량 기후난민 사태가 시간문제로 다가오는 이유다. 바닷물이 해안도시를 집어삼키게 될 미래를 대비해 대안 인프라로 거론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해상도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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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적 해상도시서 기후난민 피난처로

사실 해상도시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옛적부터 강이나 바다에 인접해 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수상주택을 짓고 살아왔다. 물고기, 물 등 생활 자원을 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이나 바다가 외부 침입자로부터의 보호막 역할도 해주기 때문이다. 16세기 멕시코에 도착한 스페인 침입자들이 맞닥뜨린 아즈텍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은 호수 위의 도시였다.

해상도시 건설은 이상향을 그리워 하는 꿈과도 맞닿아 있다. 아틀란티스, 유토피아, 이어도 같은 동서양의 상상 속 이상향은 육지와 동떨어져 있는 해상도시와도 같다. 20세기 중반 세계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토피아적인 해상도시 구상이 유행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엔 2차 대전이 끝난 뒤의 고도 성장과 도시 재건 붐도 영향을 미쳤다. 임자 없는 바다는 이상적인 신천지를 새로이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지로 인식됐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항구도시이자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인기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의 건축가 기쿠다케 기요노리는 도쿄만에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해상도시 설계안을 내놨다. 미국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가 1960년대에 도쿄를 염두에 두고 내놓은 트라이톤시(Triton City) 구상은 5천명이 거주할 수 있는 4면체 플랫폼을 기본 단위로 한 해상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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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 대안...기술적으론 얼마든지 가능

21세기에 들어 기후변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해상도시의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벨기에의 생태주의 건축가 뱅상 칼보가 제안한 해상도시 릴리패드(Lilypad)가 있다. 2008년 발표된 ‘릴리패드’ 구상은 2100년 상황을 가정한 자급자족의 해상도시다. 릴리패드는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도시의 절반은 수중에, 절반은 수면 위에 떠 있다. 해류를 따라 떠다니며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체적으로 산소를 만들고, 전기는 태양광, 조력, 해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다. 중앙에는 빗물을 모아 정화해 만든 인공호수가 있고, 해안과 도시를 연결해주는 항구가 3곳, 여가와 작업장, 쇼핑용으로 쓰이는 언덕이 3곳 있다. 아마존강 유역의 커다란 수련 잎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부유식 해상도시는 과연 현실성이 있는 발상일까? 이한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입지에 따른 비용이 문제일 뿐 해상도시 건설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며 "우리나라도 설계기술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해상도시를 고정시키는 계류 시스템도 도시 규모에 맞춰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수심이 깊은 먼 바다보다는 인근 해상, 즉 정원수역에 설치하는 것이 아무래도 비용이 적게 든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는 부산에서도 2017년 해양대가 중심이 돼 해양 플로팅 마린토피아란 이름의 해상도시 건설안을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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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해상도시 검토 위한 원탁회의 열어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져온 해상도시를 유엔이 지속가능한 도시의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는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개발 어젠다 17'의 11번째 항목이다. 유엔 인간정주프로그램 `해비타트'(UN-Habitat)가 4월3일 지속가능한 해상도시에 관한 첫번째 고위급 원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엔 세계 각지에서 온 혁신가, 탐험가, 엔지니어,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차장은 기조발언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도시가 빈곤층을 물 가까이로 밀어넣고 있다.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물과의 공생을 생각해야 할 때다. 해상도시가 대안이다. 토론을 거쳐 9월에 열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Climate Action Summit)에 그 결과를 제출해달라."

유엔이 모델로 삼은 것은 타히티의 기업가 마르크 콜린스 첸(Marc Collins Chen)과 덴마크 건축그룹 비아이지(BIG-Bjarke Ingels Group)가 추진하는 오셔닉스 시티(Oceanix City) 개발 구상이다. 오셔닉스 시티는 최대 1만명의 주민이 살 수 있는 해상도시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4.5에이커(1만8210제곱미터, 5500평) 크기의 육각형 인공섬이 기본 단위다. 4.5에이커는 축구장 3개 반 크기다. 오셔닉스의 콜린스 대표는 이를 "공유 도시 시스템의 기본 단위"라고 표현한다. 이 인공섬을 6개 결합하면 보건, 교육, 운동, 문화, 쇼핑 시설 등을 두루 갖춘 작은 마을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이 마을을 다시 6개 결합하면 1만여명이 거주하는 소도시가 만들어진다. 해상도시 외곽에는 태양광 발전, 식량재배 같은 특정 용도의 인공 해상플랫폼을 배치한다. 이 시설들은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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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셔닉스 시티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기까지

오셔닉스 시티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게 되기까지는 몇차례 곡절이 있었다. 콜린스는 원래 타히티에서 진주 사업으로 돈을 번 IT 기업가였다. 그러던 중 2007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관광장관에 임명됐다.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는 관광지로 이름난 남태평양 118개 섬이 처해 있는 해수면 상승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동안 나온 연구논문들을 살펴봤다. 그 결과 2035~2050년 사이에 전체 섬의 3분의1이 바다에 잠길 위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의 해상도시 발상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017년 그는 해상에 주택, 건물, 호텔을 짓는 건설업체 블루 프런티어(Blue Frontiers)를 공동설립했다. 파트너는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밀턴 프 리드먼의 손자이자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패트리 프리드먼이었다. 그는 2008년 시스테딩연구소(Seasteading Institute)를 설립했다. 시스테딩 연구소의 목표는 어느 나라 주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 독립적인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이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결제 서비스 개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실리콘밸리 거물 투자가 피터 틸이 이곳에 170만달러를 쾌척하면서 일약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독립적 소규모 해상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몇차례 있었다. 1967년 이탈리아의 한 엔지니어가 아드리아해에 건설했던 인공섬 로즈섬공화국, 1972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마이클 올리버가 남태평양 통가 인근 해상에 세우려던 미네르바공화국 등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탈리아 군은 로즈섬공화국을 폭파했고, 통가는 올리버를 추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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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고급 해양리조트 아닌 새로운 해상 공동체 지향

피터 틸 역시 2011년 시스테딩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시스테딩 연구소는 이후 공해가 아닌 영해에 해상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폴리네시아 장관 출신인 콜린스와 손을 잡았다. 2017년 두 사람은 폴리네시아 정부와 해상도시 개발을 위한 예비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작업 역시 순탄치 못했다. 폴리네시아 정부는 2018년 주민들 반대에 부닥치자 손을 뗐다.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를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라고 비난했다. 결국 양해각서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기한이 만료됐다.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콜린스는 2018년 11월 독자적으로 오셔닉스를 설립했다. 그는 자금력이 풍부한 상류층의 고급 리조트 단지가 아닌 해수면 상승에 위협받는 일반 서민층을 위한 해상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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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아닌 공유 원칙...바이오락으로 해상에 고정

오셔닉스 시티의 특징은 모듈식이라는 점이다. 모듈을 연결해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다. 운영 방식은 소유가 아닌 공유를 원칙으로 한다. 자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필요한 물품들은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빌려쓴다. 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고 물은 빗물과 공기, 바다, 하수 등을 재처리하거나 가공해 자체 공급한다. 식량은 수직 수경농장으로 자급하고 음식쓰레기는 퇴비로 재활용한다. 바다 속에선 주민들에게 공급할 물고기를 양식하고, 양식장에서 나오는 물고기들의 배설물은 퇴비로 쓴다. 도시 내 이동수단은 도보와 자전거, 자율주행 전기차를 주축으로 한다.

각 모듈은 바이오락으로 해저에 고정돼 있다. 바이오락은 바다에 철근 구조물을 침수시킨 뒤 여기에 전류를 흘려 바닷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광물질)을 굳힌 것으로, 콘크리트보다 훨씬 단단하다. 전류가 흐르는 동안 침전물이 계속 쌓이면서 더 크고 단단해진다. 이 장치는 해양생태계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인공 산호초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해상도시의 장점은 여럿 꼽을 수 있다. 우선 도시 확장에 따른 자연 파괴를 막을 수 있다. 경제면에선 값비싼 땅값을 절약할 수 있다. 바다엔 땅처럼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풍력발전사는 해상 풍력발전용으로 1에어카당 연간 3달러 임대료를 낸다고 한다. 주민들로선 낯설고 물 선 내륙으로 옮기지 않고 살던 곳 인근에 계속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단 세워지면 이후엔 해수면 상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지속가능성도 확보된다. 물론 넘어야 할 걸림돌도 많다. 땅값은 들지 않지만 바다에 고정시키기 위해선 육지보다 건축비가 훨씬 많이 든다. 육지에 비해 물자와 사람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연재해에도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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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뉴욕 이스트강에 해상도시 견본 공개

콜린스는 오는 가을 뉴욕 유엔본부 앞의 이스트강(East River)에 오셔닉스 시티 견본을 띄워 공개할 예정이다. 이스트강 주변도 이번 세기 안에 바다에 잠길 수 있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어 상징성이 제법 있다. 유엔은 이를 보고 해상도시를 지속가능 개발 어젠다의 공식 대안으로 받아들일지 본격 검토할 계획이다. 물론 해상도시는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 해법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주는 대안일 뿐이다. 해상도시가 등장한다고 해서 본래의 육상 정착지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셔닉스 시티를 설계한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는 이를 "실용적 유토피아"라고 표현했다. 오셔닉스 시티가 과연 21세기 기후난민들에게 `노아의 방주' 후보로 선택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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