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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붉은 수돗물 20일만에 등장한 환경부 "100% 인천시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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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공급받는 정수장 바꾸면서 물때·침전물 발생" 원인 발표

市, 초동대응 잘못한 책임 물어 상수도본부장 등 2명 직위해제

20일간 이어진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가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을 바꾸는 '수계(水系) 전환'을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지역에서는 이번 사태로 155개교가 정상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급식을 시행하거나 단축수업을 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18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인천시) 담당 공무원들이 문제의식 없이 수계 전환을 했다"며 "거의 100% 인재"라고 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조사단을 꾸린 환경부의 책임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수돗물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소관이라는 핑계로 인천시의 원인 조사 요청이 온 지난 7일 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사태 발생 20일째인 이날 첫 공식 발표를 한 것이다. 인천시는 환경부 발표 직후 초기 대응 실패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 해제했다. 인천시는 정부합동감사단 등 외부 감사기관의 감사 결과에 따라 추가 인사 조치도 검토키로 했다.

◇역방향 물 공급으로 침전물 섞여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는 인천 서구 지역 수돗물이 정화되는 공촌정수장에서 평소와 달리 수산·남동정수장 물을 끌어오는 '수계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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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촌정수장의 원수(原水)는 평소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을 거쳐 오는데, 전기 점검으로 가동을 멈춰 인근 수산·남동정수장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물이 흐르면서 관로 내 물때가 떨어지고 침전물이 수돗물에 섞였다. 물때와 침전물의 성분이 알루미늄, 철, 망간 등이어서 '붉은 물'이 됐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특히 평소에는 공촌정수장에서 영종 방향으로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공급됐지만, 압력을 가해 역방향으로 물을 흐르게 하면서 유속이 평소의 2배가 돼 침전물이 심하게 섞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일어난 침전물은 물 흐름을 다시 원상복귀한 이후에도 정화되지 않아 지난달 30일 첫 민원이 발생한 이후 지난 2일부터는 영종 지역, 지난 13일부터는 강화 지역까지 민원이 발생했다.

김 국장은 "수계 전환 작업을 할 때에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10시간 정도 지켜보며 토사나 물을 빼줘야 하는데, 인천시는 관례적으로 밸브만 조작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수계 전환에 따라 탁도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초동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없다"는 인천시, 일주일 뒷짐 환경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태 축소에 급급했다. 지난달 30일 붉은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한 후 2~3일간 "수질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 홍보 담당자들도 "영종 지역은 피해가 없다" "눈으로 보일 만큼 붉은 빛이 도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무관심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도 거세다. 박 시장은 붉은 수돗물 민원이 처음 접수된 지 5일째인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글을 올렸다. 그러나 박 시장이 주재한 공식 기자회견은 사태가 일어난 지 19일 만인 17일이 처음이었다. 지난 4일과 7일 두 차례 기자회견은 행정부시장이 주재했다.

인천 서구와 영종도 등 피해 지역 4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인천 수돗물 적수 사태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제한 생수 공급과 함께 명확한 피해 보상 기준과 지원 계획을 요구했다. 또 "문제가 발생한 상수도 시설을 교체하거나 정비·보수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와 인천시는 이달 하순까지 수질을 원래 수준으로 회복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돗물 방류와 정수장 및 배수장 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인천=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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