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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美 "중동에 1000명 추가 파병"…이란 핵합의 이행 축소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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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서방국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부 파기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은 중동 지역에 미군 1000명을 추가 파병하겠다며 맞받아쳤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동의 공중·해상·지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으로 1000명 추가 파병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파병을 중부사령부(CENTCOM)가 요청했으며, 국방부는 합참 의장의 조언과 백악관의 협의를 구해 최종 결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섀너핸 장관 대행은 "최근 이란의 공격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이 이란군과 이란 대리인들의 적대 행위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미국의) 정보가 믿을 만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3일 중동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은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란을 이 사건 배후로 지목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해군 헬기에서 촬영한 새로운 사진을 추가로 여러 장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이란군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피격된 배 위에서 작업하는 모습, 피격 유조선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장면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섀너핸 장관 대행은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중동 지역에서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미군의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에도 이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며 중동에 병력 약 1500명을 추가로 보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날 1000명을 더 보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의 추가 파병 결정은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감축·동결 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았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이란 중남부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열흘 뒤인 6월 27일이 되면 핵합의에 따라 지금까지 지킨 저농축(3.67%) 우라늄 저장 한도(300㎏)를 넘기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우라늄 비축 상한선을 없애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이란은 201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과 독일 등 이른바 'P5+1'과 맺은 핵합의에서 2030년까지 우라늄을 3.67% 비율까지만 농축하고, 농축우라늄 저장 한도는 300㎏으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은 최근 핵개발을 중단하면 핵 관련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핵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핵합의 일부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부셰르 경수로 연료로 쓰기 위해 5% 농도 농축우라늄과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에 쓰기 위해 20% 농도 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며 농축우라늄의 '농도 제한' 역시 넘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약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한도를 어긴다면 이란은 1년 안에 핵폭탄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물질을 충분히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8일(현지시간)은 베이징을 방문한 왈리드 무알림 시리아 외무장관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는 것을 비난하며 "세계는 중동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단적인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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