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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현장] '젊은 중재자' 오신환의 'Oh카페'…"마지막엔 화도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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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주재한 차담회가 진행됐다. 건조한 이미지를 풍기는 가죽소파와 사무기기를 모두 치우고, '카페' 분위기로 탈바꿈한 테이블에서 오 원내대표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국회=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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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차담회는 없었다…"'걸레질 발언' 이후 문화 바뀌어"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원내대표실의) 무거운 상황을 보고 아내가 기겁을 하더라. 이 공간을 왜 아깝게 쓰냐고 하길래 활용도를 높여보자 생각했다. 다만 콘텐츠를 채우는 게 중요하다. 유승민 전 대표처럼 여러분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경제 이야기를 하는 등 티타임을 갖겠다."

18일 오전 국회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확 벗어버린 '카페' 같은 원내대표실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변신(?) 취지를 설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취임 1개월을 맞아 원내대표실 한 쪽을 색다른 공간으로 꾸몄다.

딱딱한 원내대표실을 대화와 소통의 장으로 바꾸고 싶었다는 오 원내대표는 "김수민 의원 지역사무실을 보고 '캐쥬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런데 책상 위에 화병은 아내와 제가 함께 영등포에 가서 골랐다. 이 꽃은 아내가 고른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원내대표실에 있던 가죽소파와 무릎 높이의 테이블은 온데간데 없고 노트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높은 나무 책상과 등받이 없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엔 주황빛의 조명이 드리워져 있었고 한 쪽엔 이른바 '인스타 감성'이 떠오르게 하는 거울이 놓여 있기도 했다. 그 옆엔 커피머신과 바른미래당 로고가 붙은 음료 냉장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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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개월을 맞은 오 원내대표는 "그동안 힘들었다"면서도 "우리 당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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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30분간 티타임 계획을 세웠다는 오 원내대표는 "당 내 소통 폭을 넓히고 개별 의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을 나누고 싶다. 아니면 누군가를 지정해서 '프로그램'을 해달라고 할 수 도 있고, 미우나 고우나 '손 다방'으로도 좀 바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 언론에서 한선교 전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의 '걸레질' 발언 후 상황을 다룬 것을 언급하며 "그 발언 후 국회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다 앉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오 원내대표의 초청으로 참석한 유승민 전 대표는 "차 한잔 하러 오라고 해서 왔다"며 "컴컴한게 콘셉트인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긴 테이블을 가득 채운 취재진의 취재열기에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하자 오 원내대표가 "노트북 하는 것을 그만하면 안 되나"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지난 4·3 재보궐 선거 이후 내홍에 빠진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고, 전임이었던 김관영 원내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 내 변화의 목소리를 안고 당선된 오 원내대표는 당의 화합과 국회 정상화라는 큰 과제를 안고 바쁜 한 달을 보냈다.

그동안의 소회와 관련해 오 원내대표는 "내내 싸우고, 중재하느라 사실 좀 힘들었다"며 "당이 금방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는 과정 속에서 오전은 당에서 싸우고, 오후엔 거대 양당이 싸우는 것을 중재한 뒤에 하루를 마치고 들어가면 정체성 혼란이 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가 기본적으로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본다. 극단적인 갈등 내지는 금방 부서질 것 같지만 새로운 길이 열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는 늘 갈등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다만 갈등을 국회 내에서, 정치권 내에서 치유하고 반드시 이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정치력이 작동하지 못하고 검찰과 법원으로 자꾸 보내고 방치하면서 갈등을 조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국회 내 당의 역할과 관련해선 "단순히 존중이나 절충보다는 또 다른 대안, 우리 당이 제시해서 수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는 게 우리 당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라며 "중재하는 가운데서 절충점을 제안했고, 하다가 (협상이) 되지 않아서 국회를 단독 소집한 것이다. 모든 결단과 과정들이 제가 말한 우리 바른미래당의 대안을 제시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주말마다 이어졌던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협상을 언급하며 "마지막엔 좀 화가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요구 사안인 '경제 청문회'를 언급하며 "어제(17일) 오전까지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서 청문회가 아니라 특위 수준까지도 갔었다. 그런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단호하게 거절하더라. 프레임이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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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분위기로 탈바꿈한 원내대표실에서 오 원내대표가 업무를 보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당내 문제와 관련해 "혁신위원회가 그 내용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며 "혁신위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이 나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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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당내 갈등의 핵심인 '손 대표 사퇴'를 놓고 오 원내대표는 나름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혁신위원회가) 지난 번 말한대로 그 내용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며 "혁신위가 판단해서 우리 당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갖고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지도부 체제까지도 필요하다고 보면 할 것"이라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출마 당시 '손 대표 퇴진'을 공약으로 걸기도 했다. '지금도 유효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체제 전환을 말한 것"이라며 "우리가 제대로 된 비전을 받지 못했잖나. 그에 대한 절박한 마음으로 손 체제 전환을 말한 거지 개인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있거나 하지는 않다. 그래서 혁신위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이 나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 내 만장일치로 임명된 혁신위원장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과 관련해선 "주대환이란 사람을 잘 모른다"면서 "기본적으로 출발점 자체가 손 대표가 제시한 거라 반대에 있던 사람들은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는 타협이니까 수용한 것"이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국회 정상화라는 큰 목표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주대환 혁신위와 함께 하태경 최고위원과 이찬열 의원의 징계 논의도 수그러들었다.

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송태호 윤리위원장 사퇴 이후 사실상 홀딩(holding)됐다.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채이배 정책위의장도 "사퇴 이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갈등을 잠재우고 국회 상황에만 전념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후 오 원내대표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만나 긴급 회동을 갖는다. 국회 의사일정이 원내교섭단체간 합의 속에 정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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