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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흉물이냐 랜드마크냐, 전주 웨딩의거리 '1억짜리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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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테마거리 곰조형물 찬반…여자곰과 남자곰 둬 취지 '부합'

전라감영, 객사잇는 통로 '어색'

용·주꾸미·가위 조형물 도마 위

전문가 "사용자 관점 적용돼야"

전북CBS 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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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고사동 웨딩거리에 설치된 곰 조형물. (사진= 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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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구도심 웨딩의거리에 설치된 몸값 1억 원짜리 '곰 조형물'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여자 곰과 남자 곰을 같이 뒀기 때문에 웨딩의거리 취지에 부합한다"는 긍정적 의견과, "시민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특화거리인데, 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교차한다.

전주시는 지난해 5월 완산구 중앙동 웨딩의거리에 상징 조형물을 설치했다. 대형 곰 조형물 제작에 예산 1억 원(국비50%·시비50%)이 투입됐다.

당시 시는 상징조형물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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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검산동 시민문화체육공원에 설치된 용 조형물. (사진=김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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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치 1년 만에 비판적 시각이 나오거나, 관련성 부족으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진훈 전주구도심활성화시민연대대표는 "곰 조형물과 웨딩의거리와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며 "특히 풍남문과 전라감영, 객사의 중심인 만큼 장소적인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주시는 관련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자세히 보면 꽃을 든 남자 곰과 여자 곰이 서 있다"며 "사점 심사에서 혐오감을 주지 않기 위해 곰 조형물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주 웨딩의거리 상징조형물 설치를 앞두고 열린 공공디자인위원회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주시가 공개한 종합 의견에는 '미니어처들을 설치하여 웨딩거리의 연속성을 확보한다'고 적혀 있었다. 곰 조형물과 웨딩거리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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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고사동 웨딩거리에 설치된 곰 두마리. (사진=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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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물의 정체성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제시는 지난해 3월 검산동 시민문화체육공원 내 수변공원 둘레길에 용 조형물을 설치했다.

예산 7800만 원을 들여 용의 머리와 몸통, 꼬리를 표현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쌍룡의 전설이 숨쉬는 김제 벽골제와 관련된 조형물"이라고 밝혔지만, 되레 "조잡스럽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고창군은 고창 세계프리미엄 갯벌생태지구에 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주꾸미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그러나 노란색 쭈꾸미를 만들면서 '세금으로 만든 괴물'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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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세계프리미엄 갯벌생태지구에 설치된 5억원짜리 주꾸미 미끄럼틀. (사진=고창군 제공)


지난 2017년 진안군이 7500만 원을 들여 가위박물관에 설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가위'도 "크기만을 강조했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조형물이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최영기 교수는 "스토리에 기반한 상징물이라도 설치 장소가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활용적인 측면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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