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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도 10세 아동 성폭행 사건 감형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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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남성이 10세 아동 성폭행 했는데 항소심 ‘폭행·협박 없다’ 판단

-‘성폭법 위반’ 아닌 의제강간 인정으로 징역 8년→3년 감형

-완력 차 심한 피고인이 몸으로 눌렀지만 ‘폭행 불인정’ 납득 어려워

헤럴드경제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35세 성인 남성이 10세 아동을 성폭행한 사건 항소심에서 ‘폭행·협박이 없었다’며 선고형량이 크게 낮아지자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인 남성이 10세 아동을 몸으로 눌렀는데도 ‘반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성폭력특례법상 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모(35) 씨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행위가 피해자가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성폭력특례법상 강간 혐의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13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했을 때 적용되는 ‘의제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이 씨는 당초 성폭력특례법(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 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강간은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인정된다. 1심에선 피해자의 나이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것은 피해자의 반항이 어려운 수준의 폭행ㆍ협박에 해당한다고 봤고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에서 인정한 의제강간죄가 적용되면 최저 3년에서 최장 30년 사이에서 선고가 가능해진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성관계 시 피해자가 아프다고 하면서 피고인을 밀어내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 협박하여 반항을 억압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를 다수 대리해온 이은의(45ㆍ변시3회) 변호사는 “상당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몸을 위에서 눌러 제압하고, 피해자가 몸부림쳐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이 많다. 더구나 피해자가 10세 아동이면 완력의 차이가 현저히 난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이 저항하지 못할 정도의 물리력이 뭐냐는 것에 대해서 지극히 남성중심적, 가해자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판례”라고 지적했다.

여성변호사회 소속 김혜겸 변호사(33ㆍ42기)도 “피해자의 몸에 멍이나 상처가 있어야 폭력이 있었고 저항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재판부도 있고, 밀치고 거부의사를 표현한 것만으로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사건 재판부는 굉장히 좁게 본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그냥 누르기만 한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아동은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그 말을 잘 이해 못한다. 폭행은 정말 주먹으로 가격하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에서 누른 것을 ‘폭행’이라고 인지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단지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는 답변 하나만으로 유죄 증거가 없다고 봤다면 무리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심보다 낮아진 양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는 “아이가 미성숙하니까 ‘미성년자’로 부르고, 특히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 법조항을 마련해 둔 것이 아니겠느냐”며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일반 성인에 대한 강간보다도 죄질이 무거운 것인데 1심에서 나온 형량의 절반도 안되는 3년으로 감형됐다. 이 근거가 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욱 여성변호사회 회장도 “10세 아동에게 술을 먹이고 성관계한 것을 어떻게 8년에서 3년으로 감형을 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 3년은 최저형이다. 최소한 그보다 높게 형을 선고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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