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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녹물 수돗물’ 어디 인천만의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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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주민들의 불편 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래 지난주에는 영종도에 이어 강화도에서까지 비슷한 사례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시내 일부지역 9000여 가구의 수돗물 사용이 전면 중지됐고 어린이집을 포함한 149개 각급 학교가 급식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불편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음식점 등 접객업소들의 손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딱한 노릇이다. 취수장 수계전환 당시 수압변동으로 떨어진 수도관로 내부의 부식 침전물이 수도꼭지를 따라 흘러나왔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추정이다. 일부 가정의 수돗물에서도 노후 수도관의 녹물로 여겨지는 붉은색의 이물질이 발견됐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한 상태여서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수도관 부식물 외에 다른 성분은 없는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걱정은 수돗물 오염 현실이 비단 인천만의 일이겠는가 하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상수도관의 약 32.4%가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수도관로의 부식으로 녹물이 생기고 침전물이 쌓이면서 이번과 같은 오염 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름철 개장을 앞둔 서울 잠실 한강수영장 식수대에서 붉고 누런 물이 흘러나온 것이 단적인 예다. 식수대 관로가 설치된 지 30년쯤 지났다고 하는데,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게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작지 않다. 실제로 이물질도 자주 섞여 나오고 있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기를 꺼려하는 게 당연하다.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속적인 송수관 관리도 중요하다. 수도관 관리는 뒷전이면서 수돗물의 신뢰성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 건강이 걸려있는 만큼 수돗물 관리를 지자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후 수도관 점검·교체 등 전국 지자체 수돗물의 품질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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