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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도 탐낸 연어 양식, 정부가 규제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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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초로 연어 양식에 성공했고, 해양수산부 보조금까지 받았는데. 안 된답니다. 이게 뭔지…."

연어 양식 업체인 '동해STF'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동해에서 연어 양식을 금지하는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2016년 아시아 최초로 대서양 연어의 바다 양식에 성공했다. 연어는 국내에서 광어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어종이지만,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수면 수온이 섭씨 25도까지 올라가는 한국의 바다에서 한대성 어종인 연어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소기업은 '부침(浮沈)식 가두리'라는 아이디어로 난관을 넘었다. 수온이 낮은 해저 수십m 지점에서 큰 가두리를 만들어 연어를 양식하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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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어양식 성공” 브리핑까지 했지만… - 2016년 11월 해양수산부가 ‘아시아 최초 연어 양식 성공’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 뒤 환경부는 대서양 연어를 위해어종으로 지정, 양식을 막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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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해양수산부는 "동해STF의 양식 연어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그다음 달, 환경부는 대서양연어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했다. "만에 하나 연어가 양식장을 빠져나오면 고유 어종을 공격하고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해STF는 "연어 양식은 현재 중국과 북한이 도전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연어 세계 시장 규모는 60조원이 넘는데 해외 진출은커녕 국내 앞바다에서 좌초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규제를 해소해 달라"고 외치는 요청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 요구를 수용하는 비중은 지난 2년 새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옴부즈만 규제 발굴 및 해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규제 개선 요구 건수(사안이 경미해 '안내 시정'된 건수는 제외)는 1611건에서 2018년 2086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개선 요구가 수용(일부 수용 포함)된 비율은 같은 기간 39.9%(642건)에서 20.6%(430건)로 급감했다. 올해 1~5월에는 규제 개선 수용률이 16.8%까지 떨어지며 2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용 불가' 비율은 2017년 34.9%(562건)에서 지난해 55.3%(1153건)까지 오르더니, 올해는 63.2%까지 급등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법 규정의 개정 없이도 정부 부처가 판단해 규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직이다. 곽대훈 의원은 "중기 옴부즈만이 중소기업의 요청을 해결하려면 정부 각 부처가 합의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연일 규제 개선을 외치며 기업을 돕겠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규제 공화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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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장관이 퍼포먼스까지 했지만… -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혁신 및 기업 속풀이 대토론회’에서 김부겸(왼쪽에서 일곱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실 괴리 중소기업 규제 애로’란 글자 형태의 블록을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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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혁신 및 기업 속풀이 대토론회'.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요 인사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가 '현실 괴리 중소기업 규제 애로'란 글자 형태의 블록을 망치로 내리쳤다. 블록이 무너지자 중소기업인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규제 혁신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며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기술과 신산업이 싹도 피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는 규제 혁신법들의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각 정부 부처는 규제 개혁 의지를 잇따라 표명했다.

이후의 현실은 딴판이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규제 해소 건수는 계속 줄고 있다. 중기 옴부즈만이 없앤 중기 규제 수는 2017년 642건에서 2018년 430건으로 감소했다. 올해 1~5월은 131건에 불과하다. 반면 중소기업의 규제 해소 요구 가운데 정부가 '수용 불가 처리한 건수'는 2017년 562건에서 지난해 115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5월까지 492건에 달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문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부처 장관들은 때마다 '규제 혁신'을 강조했지만 그건 선거 때 좋은 말만 늘어놓는 '공약' 같은 것"이라며 "정부와 관료는 규제 앞에서 한발도 안 물러섰다"고 말했다.

기업이 구직 지원자에 보내는 문자 500건 넘으면 스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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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산업박람회에 참여한 A중소기업이 행사 지원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자 800여 명이 지원했다. 지원자에게 일일이 모집 일정을 보내던 A사는 500명째가 넘어가자 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500건 이상의 문자는 보낼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09년 '스팸 문자 발송 억제'를 위해 만들었다. A사는 500건이 넘을 때마다 이통사에 "스팸 문자가 아니고 기업 활동을 위한 것"임을 증명할 문자 캡처 화면을 보내야 했다. 이 업체 측은 "수시로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야 하는데 매번 이통사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 중소기업은 중기 옴부즈만에 "구인 활동을 어렵게 하니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달 돌아온 답은 '수용 불가'였다. 스팸 문자 차단이란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고 의류를 수거해 산업용 청소용품 등을 제작하는 B사는 조만간 입주한 산업단지에서 나가야 한다. 산업단지에 입주 희망 기업이 많아지면 비(非)제조업은 후순위로 밀리는데 B사는 제조업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나열된 폐기물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면 제조업이지만, 중고 의류는 기준이 없다는 것. B씨는 "다른 폐기물과 달리 인체 유해성도 없으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인데, 나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규제 해소를 요구했지만, 지난달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선박 수리 업체를 운영하는 C사는 지난해 주 52시간 특례업종에 선박수리업도 포함돼야 한다고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선박 수리는 바다에 뜬 배를 고치는 일이라, 야간작업을 해서라도 시간 내에 고쳐야 한다는 C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한 움켜쥔 주무 부처 관료가 바꿔야"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은 중기부와 각 지자체·유관기관의 파견 직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차관급 조직이다. 이들은 매년 수천 건에 이르는 중기의 규제 애로 사항을 각 부처에 전달하고 협의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규제 해소를 수용할지 여부는 주무 부처가 결정한다. 관료 조직 논리상 차관급 조직이 부총리·장관급 부처에 규제 완화를 압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애로 사항 발굴에 중점을 두다 보니 애로 사항 개선에는 많은 시간을 투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한 번 '수용 불가'로 처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내년에 다시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각종 규제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된 차관급 정부 기관이다. 각 부처와 협의해 규제를 없애거나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률 개정이나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시행령 개정과 같은 상위 규제보다는 주로 주무 부처의 판단만으로 바꿀 수 있는 규제를 대상으로 한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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