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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억V’ 벼락 피하는 법, 일단 쪼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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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로등과 10m 이상 떨어지고, 두 발 모아 최대한 웅크려야…

지면에 길게 엎드리는 건 위험

액세서리·휴대전화 영향은 없어

경향신문

지난해 10월22일 지중해 몰타섬의 발레타에서 번개가 지상에 꽂히는 모습. 낙뢰는 가장 빠르게 지상으로 닿는 경로를 찾기 위해 지그재그 경로를 그린다. 전압은 1억V에 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월에서 8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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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15일, 서울 북한산 인수봉 정상에서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업은 채 밧줄을 타고 산 아래로 조심스레 내려온다. 부상자는 40대 등산객 2명, 인수봉 근처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내려친 낙뢰에 맞은 것이다.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낙뢰와 맞닥뜨린 대부분의 사람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2007년 7월29일 북한산 용혈봉 부근에 낙뢰가 떨어져 주변에 모여 있던 4명이 사망했고, 같은 날 수락산에서도 낙뢰로 인해 1명이 숨졌다. 2017년에도 낙뢰로 전국에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낙뢰는 구름 속에서 생긴 전기적인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방전 현상이다. 음전하와 양전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이를 해소하려고 구름과 대지 사이에 충격을 동반한 강한 전기가 흐른다. 낙뢰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그 전기의 힘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전압은 1억V, 열은 태양 표면의 4배인 2만7000도에 이른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 낙뢰연보’를 보면 낙뢰는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간 전체 발생 건수의 56%가 집중됐다. 낙뢰의 계절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낙뢰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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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낙뢰가 치면 가까이 있는 인체로 전기 에너지가 전달돼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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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자신의 몸 높이를 주변보다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비를 피하겠다고 높은 나무 옆에 서면 안되는 이유다.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하늘과 가까운 나무가 낙뢰를 마중 나가는 역할을 한다. 설사 나무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안전하지 않다. 비가 오면 나무 표면이 물기에 젖는 데다 나무 내부에 원래 있는 수분 때문에 전기가 흐른다. 낙뢰가 가진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나무껍질이나 나뭇잎으로 튀어나와 사람의 몸으로 날아드는 ‘측면방전(Side flash)’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건물이나 가로등 옆에 서 있어도 나타날 수 있는데 낙뢰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의 절반이 바로 이렇게 ‘키다리 구조물’ 옆에서 생긴다. 나무와는 최소 10m 이상 떨어지는 게 안전하다.

야외 대피 때에는 사람 간 간격도 1m 이상 벌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만약 낙뢰가 친다면 전기 에너지가 사람끼리 또는 땅을 통해 옮겨 다닐 수 있고, 폭탄이 터지듯 주변 공기를 밀어내는 강한 충격파까지 유발해 집단적인 참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낙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귀걸이, 목걸이 같은 금속 액세서리나 안경, 허리띠를 빼거나 풀겠다고 대피 시간을 지체하는 행위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몸에 붙은 이런 작은 장신구들은 낙뢰를 맞고 안 맞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마네킹을 통해서 시험한 바에 따르면 금속 액세서리 착용 여부가 낙뢰를 맞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액세서리 없이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마네킹이 낙뢰를 더 잘 맞았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도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야구 방망이의 재질이 알루미늄이 아니라 나무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고, 우산 역시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마음 놓고 쓸 수 없다는 얘기다. 강성만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무장화나 비옷 같은 절연체, 즉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를 입고 있더라도 낙뢰를 피하는 효과는 없다”며 “낙뢰가 가진 강한 전기 에너지를 이 정도 대책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심은 주변보다 최대한 몸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낙뢰가 예상되는데 마땅히 대피할 건물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가 좋은 대체재다. 자동차는 표면이 모두 금속이어서 낙뢰의 전기 에너지를 안전하게 땅 밑으로 내보낸다. 이를 패러데이 케이지 효과라고 부른다. 자동차 안은 말 그대로 전기에서 안전한 일종의 대피 공간이 되는 셈이다.

만약 등산 중 낙뢰가 치는데 어떤 대피 장소도 눈에 띄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면 몸을 세운 채 뛰어다니지 말고, 두 발을 모으고 최대한 몸을 웅크려야 한다. 낙뢰가 칠 때 생길 강한 충격파에 대비해 귀는 막고 입은 벌려야 한다. 이런 자세를 취한 뒤 하늘에서 낙뢰가 지나가면 재빨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몸을 더 낮추겠다며 아예 지면에 엎드려선 안된다. 몸의 길이가 늘어나 신체 양 끝으로 전기가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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