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138310 0352019061653138310 07 0701001 6.0.17-RELEASE 35 한겨레 0

꼬리 문 마약, 꼬리끊기 봉합… 추락 자초한 ‘양현석과 아이들’

글자크기
빅뱅 지드래곤·탑에 2NE1 박봄…

아이돌 마약사건 터졌다하면 ‘YG’

클럽도 운영하며 일탈에 관대

마약범죄 걸려도 처벌 유야무야

“회사에서 철통방어” 불패신화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톱 아이돌들을 배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기획사로 명성을 구축한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연예인들의 잇따른 마약 사건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연예 지망생이었던 제보자가 양현석 총괄프로듀서가 직접 나서 아이콘의 멤버였던 비아이(김한빈)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다고 주장한 이후 양현석·양민석 형제가 각각 총괄프로듀서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음으로써 진화에 나섰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와이지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출연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이래 닷새째인 16일 현재 3만1039명이 참여했다. 와이지 소속 연예인들의 일탈과 범죄 행위가 반복되자 단순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기획사 차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기’와 ‘성공’만을 목표로 혹독한 훈련을 받은 연예인들이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사고’를 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와이지와 함께 3대 기획사로 꼽히는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달리 와이지의 톱스타들에게 마약 사건이 집중되는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투애니원 멤버였던 박봄은 마약류를 밀반입한 혐의(2010년)로, 빅뱅 멤버 지드래곤(권지용)은 대마초 흡연 혐의(2011년)로 조사를 받았고, 역시 빅뱅 출신인 탑(최승현)은 대마초 흡연 혐의(2016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승리(이승현)의 경우 그가 경영에 참여한 클럽 버닝썬이 마약 유통 창구로 지목받고 있다. 와이지 전속 스타일리스트 양갱(양승호), 와이지 산하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 쿠시(김병훈)도 코카인 등 흡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급기야 빅뱅 이후 와이지의 1등 수익원이자 ‘초통령’으로까지 불렸던 비아이의 환각제 구매 논란이 불거졌다. 이쯤 되면 ‘와이지 약국’이라며 손가락질받을 만한 상황이다. 한 케이블채널의 예능 피디는 “예전에도 마약을 한 가수들은 있었지만 대중의 평판이 절대적인 아이돌들이, 그것도 한 회사에서 연이어 연루된 것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비아이 수사 무마 의혹 일파만파

‘YG연예인 출연금지’ 청원 3만 넘어

“양현석 직접 조사 응해 의혹 밝혀야”

와이지가 이처럼 망가진 데는 일탈에 관대한 조직 분위기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와이지 소속 아이돌들과 작업한 한 지상파의 예능피디는 “와이지는 아이돌의 클럽 출입, 흡연 등에 너그럽다”며 “처음에는 연예인들이 아티스트로서 작업하려면 자유롭게 사고하고 경험해야 한다는 좋은 뜻이었지만 점차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케이블채널 예능 피디는 “아이돌 기획사 대표가 직접 클럽을 운영하는 경우는 없다”며 “클럽 춤꾼 출신인 양 전 총괄프로듀서는 전신인 양군기획 때부터 클럽 엔비(NB)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문제점을 못 느꼈겠지만 소속 연예인들이 클럽에서 이따금씩 오가는 약물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개성 있는 스타들을 배출하고,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예술성을 중시하면서 인성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점이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비아이 수사 무마 의혹에서 보듯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관행이다. 와이지 소속 연예인들은 수사를 받아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지드래곤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박봄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암페타민 82정을 밀수입하고도 입건유예됐다. 박봄과 똑같은 약물을 27건 밀수입한 회사원이 구속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처분이다. 와이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사고를 치면 양현석 전 프로듀서가 호되게 혼내는 것으로 알지만 사법기관의 처벌은 제대로 받지 않으니 소속 연예인들은 ‘걸려도 회사가 막아준다’고 여기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아이 제보자의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를 대리한 방정현 변호사는 양 전 프로듀서가 제보자를 만나 ‘와이지는 마약을 해도 안 걸린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검사해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오면 일본에 보내 성분을 배출시킨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와이지 소속 연예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지만 설마 와이지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고 말해 ‘와이지 불패 신화’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양 전 프로듀서가 직접 경찰 수사 무마에 관여한 구체적 증언이 나오고 경찰이 ‘와이지 전담’ 수사팀까지 꾸리면서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검찰의 ‘와이지 봐주기 의혹’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양 전 프로듀서가 사임을 하면서 ‘하루빨리 와이지가 안정화될 수 있는 것이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이다’라고 말했는데, 그러려면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한겨레 LIVE 시작합니다 ]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