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104131 0352019061453104131 01 0101001 6.0.16-HOTFIX 35 한겨레 0 popular

이낙연 총리 “고난 피하지 않고 마주한 이희호 여사님 생애 기억”

글자크기
영결예배에서 조사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아침 7시 서울 창천교회에서 열린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영결예배에서 “이제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사를 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다”며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이 총리는 “그곳에는 고문도 투옥도 없을 것이다. 납치도 사형선고도 없을 것이다. 연금도 망명도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평안을 누리시라”고 이 여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전문>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습니다 . 한국 현대사 , 그 격랑의 한복판을 가장 강인하게 헤쳐오신 이희호 여사님을 보내드려야 합니다 .

여사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셨습니다 . 그러나 여사님은 보통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으셨습니다 . 대학시절 여성인권에 눈뜨셨고 , 유학을 마치자 여성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드셨습니다 . 평탄하기 어려운 선구자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

여사님은 아이 둘을 가진 홀아버지와 결혼하셨습니다 . 결혼 열흘 만에 남편은 정보부에 끌려가셨습니다 . 그것은 길고도 참혹한 고난의 서곡이었습니다 .

남편은 바다에 수장될 위험과 사형선고 등 다섯 차례나 죽음의 고비를 겪으셨습니다 . 가택연금과 해외 망명도 이어졌습니다 . 그러나 여사님은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 남편이 감옥에 계시거나 해외 망명 중이실 때도 , 여사님은 남편에게 편안함을 권하지 않으셨습니다 .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맞게 투쟁하라고 독려하셨습니다 . 훗날 김대중 대통령님이 “ 아내에게 버림받을까 봐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었다 ” 고 고백하실 정도였습니다 .

여사님은 그렇게 강인하셨지만 동시에 온유하셨습니다 . 동교동에서 숙직하는 비서들의 이부자리를 직접 챙기셨습니다 . 함께 싸우다 감옥에 끌려간 대학생들에게는 생활비를 쪼개 영치금을 넣어주셨습니다 .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 죄는 미워하셨지만 , 사람은 결코 미워하지 않으셨습니다 . 여사님의 그런 강인함과 온유함은 깊은 신앙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압니다 .

여사님이 믿으신 하나님은 기나긴 시련을 주셨지만 끝내는 찬란한 영광으로 되돌려 주셨습니다 . 남편은 헌정 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셨습니다 . 분단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셨습니다 . 우리 국민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받으셨습니다 .

어떤 외신은 “ 노벨평화상의 절반은 부인 몫 ” 이라고 논평했습니다 . 정권교체의 절반도 여사님의 몫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대중대통령님은 여성과 약자를 위해서도 획기적인 업적들을 남기셨습니다 . 동교동 자택의 부부 문패가 예고했듯이 , 양성평등기본법 제정과 여성부 신설 등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권익이 증진되기 시작됐습니다 . 기초생활보장제 등 복지가 본격화했습니다 . 여사님의 오랜 꿈은 그렇게 남편을 통해 구현됐습니다 .

10 년 전 , 남편이 먼저 떠나시자 여사님은 남편의 유업을 의연하게 수행하셨습니다 . 북한을 두 차례 더 방문하셨습니다 . 영호남 상생 장학금을 만드셨습니다 . 여사님은 유언에서도 “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 고 말씀하셨습니다 . 하나님께서 여사님의 기도를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

이제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합니다 .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

여사님 , 그곳에는 고문도 투옥도 없을 것입니다 . 납치도 사형선고도 없을 것입니다 . 연금도 망명도 없을 것입니다 . 그곳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평안을 누리십시오 .

여사님 , 우리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난과 영광의 한 세기 , 여사님이 계셨던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었음을 압니다 .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완 기자 wani@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한겨레 LIVE 시작합니다 ]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