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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생확대경]종이없는 실손보험 간편청구,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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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 실손보험 가입자 A씨는 최근 수주 간 감기를 달고 산다. 감기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방문 횟수도 늘었다. 1회 치료 때마다 의료비(병원+약국)는 1만원 안팎. 워낙 소액에 자기분담금까지 고려하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건건이 챙기는 것도 번거로워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 지방 출장지에서 갑작스러운 요로결석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B씨. B씨는 서울로 돌아온 뒤 진료비 11만원에 대한 보험금을 받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청구서를 작성하고 병원비 영수증 사진을 첨부해 보험회사에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병원비 영수증 외에 진료 확인서와 세부 내역서를 추가로 요구했다. B씨는 진료받은 병원에 전화해 서류발송을 요청했지만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직접 본인이 와야만 발급해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B씨는 휴가를 내고 교통비를 들여 병원을 가야 한다는 현실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우리 국민 5100만명 중 3400만명이 가입한 보험이 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다. 하지만 실손보험 가입자 10명 중 6명이 치료를 받고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이 너무 적거나 청구 절차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행 제도로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으려면 일일이 영수증과 진료 내역서, 진단서 등을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우편 또는 팩스로 보내거나 스마트폰 앱으로 사본을 전송해야만 한다. 소비자 불편은 물론 병원은 많은 서류 발급으로 행정 업무가 늘어나고 보험회사도 종이 문서로 심사하고 전산으로 입력·보관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지연되고 관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편화가 추진되고 있다. 실손보험 간편청구는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중계기간망을 이용해 서류를 전자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 안정되고 통일된 시스템 운용을 확보하기 위해 중계기관이 필요한데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의 간편청구 시스템이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망을 중심으로 구축된 만큼 실손보험도 이를 활용하자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의료계 반발이다. 의료계의 반대 논리 중 하나는 환자 개인정보인 의료자료가 노출될 수 있고 보험사가 이 자료를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관련 문제는 보험금 산정을 위한 필수적인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하고 환자에게 직접 개인정보 보호 동의를 구한 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반대 명분으로 약하다. 또 개인이 서류를 직접 제출하는 경우나 의료기관이 제출하는 경우 지급 보험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보험사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의료계는 또 개인과 민간보험회사의 행정 편의를 위해 왜 의료기관이나 심평원이 업무를 대행해줘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고객(환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병원들이 진료 확인서와 세부 내역서 같은 서류를 종이로만 발급해 준다는 것은 누가 봐도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국민의 의료비 위험을 보장하는 사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료계도 자신들의 존재 이유인 환자들의 편익 제고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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