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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귀찮아도, 볼품없어도 시원해지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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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더위 탈출

전기요금 걱정에 여름 두려워

최근 SNS 화제 저렴한 DIY 피서 용품

얼린 물병+선풍기 다소 덜 시원

직접 만든 냉풍기···반려동물용 최고

잘 바른 열 차단 페인트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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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 다음으로 무서운 게 전기요금이다. 일정 소비 구간을 넘어서면 단위 전력당 전기요금이 많이 늘어나는 ‘누진’ 과금 방식이어서, 에어컨을 내내 틀면 전력량계 돌아가는 소리가 더 무서워진다. 여름을 앞두고 전기를 덜 쓰고, 더 시원해지는 방법을 찾아 나선 선구자들의 행적을 더듬게 된다. 과연 알뜰하고도 획기적인 더위 타파의 묘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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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은 전력량계를 확인했다. 지난해는 6월, 정말 더워서 무턱대고 에어컨을 쓰다가 전기요금만 10만원 넘게 나왔다. 누진 구간을 안 넘기려고 잘 쓰지 않는 가전제품의 코드는 다 뽑아놓고 살았다. 7, 8월에는 더 더웠는데, 전력량계 확인까지 하며 아껴서인지 6월보다 전기요금이 덜 나왔다.” 직장인 신미혜씨는 지난해 여름의 경험을 들려줬다. 전기요금은 두렵고, 더위는 쫓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여서 여름이면 알뜰하게 더위를 타파하는 기발한 비법들이 에스엔에스(SNS)에 넘친다. 거실에 있는 에어컨의 바람을 안방에 전달시키기 위해 비닐 터널을 이용하거나, 간단한 방식부터 복잡한 구조까지, 다양한 디아이와이(DIY·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드는 것) 냉방기를 만든다. 여름을 앞두고 솔깃해지는 아이디어들이다. 그러나 알뜰 냉방 아이디어를 생활에 직접 적용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기 어렵다. 그 효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한 방식의 냉방 아이디어 3가지를 직접 실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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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린 물병, 선풍기 뒤에 세웠더니...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꼽히는 알뜰 냉방 방법 가운데 하나가 선풍기의 열풍을 냉풍으로 바꾸는 거다. 무더운 날이면 선풍기 바람마저 미적지근하게 느껴진다. 뜨뜻한 선풍기 바람을 냉풍으로 바꾸는 아이디어가 한때 에스엔에스에서 화제였다. 물을 넣어 얼린 페트(PET)병을 선풍기 뒤에 놓으면 된다. 얼음 녹은 물이 기화(증발)하면서 주변 공기를 차갑게 하고, 선풍기에 차가운 공기가 실려 피부에 닿는다는 원리다. 지난 6일 김아무개(27)씨의 원룸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공간으로, 침실의 크기는 약 16㎡(4.8평). 이날은 그다지 덥지 않은 날이어서, 침실의 기온은 28.6도였다. 얼음 선풍기 바람을 만들어준다는 제품을 온라인 몰에서 샀다. 가격은 1만원대. 물을 넣어 얼린 용기를 선풍기 뒤에 매달면 된다. 아주 간편한 방식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선풍기를 약풍으로 켰다. 20분이 흘렀으나, 기온은 0.1도 떨어졌을 뿐이다. 이 정도면 효과가 지나치게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이 제품의 설명서를 보면 ‘기온이 30도가 넘는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정말 솔직한 안내라고 해야 할까. 이 방법으로 어떻게든 찬바람을 만들어 쐬고 싶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얼음 녹은 물이 잘 증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기 중 습도가 낮아야 한다. ‘고온다습’한 국내 여름 날씨를 생각하면, 얼음 바람을 만드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직접 만든 냉풍기 온도는?

다음 검증 아이디어는 스티로폼 디아이와이 냉풍기다.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넣고, 미니 선풍기와 공기 배출구를 달면 된다. 기자는 스티로폼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 때문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막기 위해 스티로폼 전체를 테이프로 감쌌다. 테이프로 박스를 감는 시간이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미니 선풍기와 공기 배출구를 박스에 고정하기 위해 칼로 구멍을 뚫어야 한다. 선풍기와 공기 배출구가 박스에 꼭 맞도록 고정하기 위해서 박스의 구멍은 선풍기와 공기 배출구보다 살짝 작게 내면 좋다. 이렇게 박스를 만든 뒤 얼린 아이스팩 5개를 담으면 완성이다. 30분 만에 디아이와이 냉풍기를 만들어 바로 가동해봤다. 공기 배출구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아주 약한 편이다. 지름이 10㎝인 탁상용 선풍기를 이용했는데, 좀 더 센 바람을 뿜는 선풍기를 썼더라면 냉기 배출이 더 원활할 듯하다. 공기 배출구의 공기 온도를 측정해봤다. 28.6도에서 26.7도로 금세 숫자가 바뀌었다. 공기 배출구에서 30㎝ 떨어진 곳에서 기온을 측정해 보니 27.3도로 오른다. 1m 떨어진 곳의 기온은 28.6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16㎡의 공간에 냉기를 채워 넣기는 턱없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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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이와이 냉풍기는 방 전체 냉방보다는 좁은 공간에 적합하다. 주아영(31)씨는 이 냉풍기를 반려동물 에어컨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정말 더울 때 반려견이 너무 지쳐있었다. 디아이와이 냉풍기를 플라스틱 케이지(우리)에 연결해줬더니 시원하다 느끼는 것 같았다. 올해도 같은 방식을 써볼 예정이다”고 주씨는 말했다. 이 체험기를 전해 듣고, 완성한 디아이와이 냉풍기를 종이 박스에 연결해 놓았다. 반려동물에게 여름의 더위는 가혹하다. 심한 더위에 식욕 저하나 무기력증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개와 고양이 등은 땀샘의 수가 적어 체온 조절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이 머무르는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5월부터 날씨가 더워지니 집 안 구석구석의 시원한 곳만 찾아다니며 몸을 뉘인 고양이를 위한 전용 냉방기가 완성됐다. 아직 몹시 덥지 않은 날씨라 기자와 함께 지내는 반려묘의 에어컨은 아직 가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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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뽁뽁이 대신 열 차단 페인트

다음은 뽁뽁이(에어캡 단열 시트)이다. 여름에 웬 뽁뽁이냐고? 겨울에 한파가 닥치면 바깥의 한기를 막아주는 용도로 뽁뽁이를 창문에 붙이는 방식은 널리 알려졌다. 방한용품으로 쓰는 뽁뽁이는 여름철 방열용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뽁뽁이의 공기층이 열 차단을 해주기 때문이다. 뽁뽁이로 열을 차단하는데 망설여지는 점은 단 하나다. 창에 붙이면 바깥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진다는 점이다. ‘바르는 뽁뽁이’가 등장한 이유일 테다. 액체 상태의 열 차단재가 등장했다. 여러 제품을 검토하다 열 차단 페인트가 노루페인트에서 2014년 출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노루페인트로부터 돌아온 답변에 낙담했다. “열 차단 페인트와 관련한 기술은 다른 회사에 이전했다. 기술을 이전받은 회사는 그 제품을 열 차단 페인트가 아닌 다른 용도로 판매하고 있다”고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말했다. 다른 업체는 유리에 칠하는 열 차단 페인트를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 중이나 일반 소비자에게는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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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체 가운데 경성산업에서 유일하게 유리에 칠하는 제대로 된 열 차단 페인트를 제조, 판매 중이었다. 50㎖(10㎖당 1㎡ 시공 가능)짜리 유리 열 차단 페인트를 샀다. 가격은 4만9천원. 제품에 동봉된 안내만 따르면 쉽게 시공할 수 있다. 열 차단재를 햇빛이 강한 기자의 집 베란다 창에 칠했다. 열 차단재가 없을 때 유리창 바로 옆 기온은 32.8도(집 바깥 기온 27도)까지 올라갔다. 경성산업은 열 차단 페인트가 복사열을 75%까지 차단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열 차단재를 칠한 뒤 서울의 햇빛이 강했던 6월11일 베란다 안 기온을 재봤다. 27.1도. 5.7도나 떨어졌다. 열 차단 페인트를 발랐으나 유리창은 투명하게 잘 비쳤다. 일반 뽁뽁이와 가격 차이가 있으나 바깥이 훤히 보이면서도 열을 막아주니 창에 칠하는 열 차단재에 마음이 기울었다. 다만, 주의할 게 있다. 이 제품을 써보려는 사람들은 꼭 동봉된 안내를 정확하게 따르기 바란다. 안내를 따르지 않으면 투명한 유리창이 불투명하고 여기저기 얼룩이 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더위 탈출 5월15일 광주광역시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5월에 폭염특보가 발령한 건 사상 2번째. 더위는 잦아들었지만, 지난해 폭염을 지나온 기억은 더욱 생생해졌다. 기상청은 올 여름 기온이 평년(1981년~2010년 평균기온)보다 낮을 가능성은 20%, 높을 가능성은 40%로 내다보고 있다. 더위 대비 움직임도 빨라져, 에어컨이나 여름 보양식 구매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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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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