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정의는 다양하다. 경제학자, 정책전문가, 성공한 기업가, 다양한 셀러브리티가 언급한 정의를 살펴보면 공통 키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상용화다. 창조적 파괴이론을 주창한 조지프 슘페터는 기존 지식과 자원 등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을 혁신으로 정의하고 발명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혁신은 상업화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활동 혹은 기능인 반면 발명은 상업화 의지 없이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혁신에는 나름 상용화라는 합의된 키워드가 존재하고 그만큼 정의와 개념에 대한 논란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쉽게도 공유경제는 혁신과 같이 합의된 키워드가 없다. 관련 정책과 비즈니스 추진 주체, 공유 대상, 참여자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본격 회자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등장해 확산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플랫폼 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공유경제 확산에 불을 붙였다. 우버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우버의 치솟는 기업가치와 편리한 사용자 경험은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공유화와 우버화를 꿈꾸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탄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협력적 소비는 공유경제라는 단어보다 먼저 등장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마르커스 펠슨과 조 스패스가 공저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시점이 1978년이다. 일상에서 친구들 간의 식사 등 개인 혹은 집단이 다른 개인 혹은 집단과 공동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제재를 함께 소비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물론 정부 통제와 개인 사유화를 넘어 공동체의 자발적 관리시스템을 통해 공유재의 비극을 넘을 수 있다는 연구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 2014년 발간한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사물인터넷 기술 발전이 한계비용을 제로화해 2050년에는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 제러미 리프킨도 공유경제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혁신과 공유경제 진의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201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파괴적 혁신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버는 택시산업을 파괴하지는 못했지만 택시보다 높은 서비스 품질로 택시산업을 변화시키는 존속적 혁신으로 분류했다. 우버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대응은 기존 산업이 존속적 혁신에 의해 위협을 느낄 때 표출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덧붙이며 시장진입과 요금수준을 통제받는 택시회사들이 직면한 혁신의 한계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모빌리티산업의 현재와 유사한 상황이다. 많은 소비자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혁신으로 받아들이지만 모빌리티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공유경제와 부합성에 대한 논란도 벌어진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공유경제 유형 가운데 특정한 관점에 치우쳐 모빌리티 서비스를 바라보면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다.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공유경제인지 아닌지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롭게 등장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들의 합리성을 고려해 기존 관련업계와의 공존, 특히 소비자들의 사용자 경험, 참여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주체들 간의 논의와 합의 과정이다. 특히 관련 정책 논의 과정과 내용을 이해당사자들과 국민들에게도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공유시스템이며 더욱 성숙한 사회와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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