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이희호 여사 별세… 문대통령 “우리시대 민주주의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10일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봅니다”라며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6박 8일간의 북유럽 3국 순방 일정으로 현재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이다.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며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셨을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전한 뒤 “지난해 평양 방문에 여사님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모시고 가지 못 해 안타까웠다. 평화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린 회의실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동교동계를 비롯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곁에서 정치 역정을 함께 걸어온 인사들도 이 여사를 ‘영원한 동교동의 안주인’, ‘아내를 넘은 정치적 동지’로 회고했다.

동교동계 원로 이훈평 전 의원은 “동교동의 안주인 이 여사는 한마디로 어머님 같은 분이었다. 모두를 품어주시던 분”이라며 “이성과 지성을 모두 갖춘 영부인의 롤 모델”이라고 평했다.

윤철상 전 의원도 “항상 자상한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비서들을 대해줬다”며 “주변 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소리 없이 다가가 몰래 그들을 돕곤 했다”고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동교동의 막내’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도 “동교동을 드나든 사람 중 단 1명도 이 여사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훗날 동교동계와 척을 진 인사들 조차 김 전 대통령은 욕할 지언정 이 여사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설 의원은 “이 여사는 늘 ‘조근조근’ 말했지만, 그 말을 거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존경 받았다”며 “누구든 품고, 알아봐주는 분이었고, 사람을 절대 내치는 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이 여사가 동교동을 찾는 김 전 대통령의 참모와 손님들을 위해 밤낮 없이 손수 밥을 지어 냈다고 추억했다.

윤 전 의원은 “누구든 동교동을 찾으면 몇시든 이 여사가 직접 음식을 해서 내어왔다”며 “아침에는 주로 미역국을 끓여줬고, 깍두기와 김치 등 ‘5찬’을 곁들여 내주곤 했다”고 전했다.

박양수 전 의원은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참모·손님에게 동일한 음식을 내줬다”면서 “검소한 전라도식 식단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워낙 좋아한 까닭에 아침인데도 홍어와 구운 고기·생선이 자주 나왔다”며 이 여사의 밥상을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을 따라 정계에 입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식욕이 왕성했던 김 전 대통령이 아침을 평소보다 많이 먹으려고 하면 이 여사가 바로 ‘건강을 생각해 조금씩 먹으라’고 제지했다”며 “두 분의 목소리가 커지는 유일한 때였다”라고 전했다.

문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아침식사 자리에도 늘 의관을 완벽하게 정제하고 나오는 등 절제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여사는 머리카락에 헤어롤을 감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분”이라고도 했다.

세계일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희호 여사가 1993년 8월 자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또,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를 넘은 정치적 동반자로도 기억됐다.

문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 국회 당 대표 연설 때 참모들이 정리한 원고가 아니라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의 구술을 받아적어 육필로 정리한 원고를 갖고 들어가 읽던 것이 기억난다”며 “부부를 넘은 일심동체의 동지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2009년 김 전 대통령 별세 후에는 묵묵히 남편의 유지를 지켜나갔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인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별세 후 건강 악화 전까지 6년 가까이를 한주도 빼지 않고 동교동계 인사들과 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며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맡아 김 전 대통령 추모 사업 등을 이끌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뜻을 이어나갔다”고 평가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