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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우발적?·남편 시신·아들…‘고유정 사건’ 둘러싼 세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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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 등 검색 / '바다'에 유기했다는 시신은 어디에 / 당시 같이 있었다던 아들 모습 CCTV서 無

지난달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씨의 신상정보가 공개됐지만 범행 동기와 과정 등 고씨를 둘러싼 여러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세계일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씨. 뉴시스


◆혼자서 우발적으로 그랬다?… 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 검색 등 계획 범죄 무게

지난 4일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고씨가 시신 처리까지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박 서장은 “고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계획 범죄임을 밝히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남편의 시신을 유기한 뒤 도주했다가 지난 1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혼자서 (A씨를) 죽이고 (펜션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하는 등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됐고, 고씨가 범행 전 마트에서 여러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유족들도 고씨가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고씨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보고 싶어 했지만 고씨가 보여주지 않자 면접교섭 재판을 제기했다. 이를 통해 A씨가 2년여 만에 아들을 보러 간 자리에서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아들을 보여주는 것을 꺼리던 고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전 남편 시신, 어디에 유기했나

고씨는 살해한 전 남편의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고씨의 진술대로 고씨가 탄 여객선의 폐쇄회로(CC)TV에서는 고씨가 A씨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고씨는 배를 타기 2시간여 전에 제주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과 여행가방, 비닐장갑 등을 구입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은 고씨가 해당 마트에서 구입한 종량제봉투 등에 A씨의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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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여)이 사체유기에 사용한 차량. 뉴시스


경찰은 지난 2일 해경에 수색협조를 요청했고, 해경은 함정 6척을 투입해 제주~완도를 오가는 여객선 항로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지는 못했다.

고씨는 살인을 저지른 뒤 전남 영암과 무안을 거쳐 경기도 김포에도 머문 것으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김포시 일대에서 고씨가 바다에 버린 것과 유사한 물체를 버린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바다와 경기 김포 이외에도 시신을 유기한 장소 1곳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씨의 현장검증을 육·해상에서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살해장소로 이용된 해당 펜션의 업주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경찰은 현장검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현장검증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펜션에서 아들 자는 사이 전 남편 살해했다는데… 아들 모습은 펜션 CCTV에 잡히지 않아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5월25일 아들과 함께 A씨를 만났고, 오후 5시쯤 펜션으로 이동해 같은 날 오후 8시쯤 펜션에서 나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또 ‘아들이 자는 사이 전 남편을 살해했다’, ‘아들과 파티를 위해 수박을 자르던 중 전 남편과 문제가 생겨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이 분석한 CCTV 자료는 고씨의 진술과 차이를 보였다. CCTV에는 지난달 25일 고씨와 A씨가 펜션으로 입실하는 장면, 이틀 뒤 고씨가 홀로 가방을 들고 퇴실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고씨가 진술했던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고씨의 진술에 혼선이 많아 그대로 신뢰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 서장은 “피의자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수사에 혼선이 생기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논리상 맞지 않는 부분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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