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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수사권 조정 찬성 더 많았는데…변협 ‘공식입장’ 왜곡 또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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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회원 설문 결과는 “수사권 조정 필요하다”…‘찬성’ 과반수

-정작 국회 사개특위에는 “경찰 개혁 먼저”…‘반대‘ 의견 제출

헤럴드경제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작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는 반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설문 응답률이 너무 낮아 대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던 변협 집행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회원 의사와 무관한 의견을 ‘공식입장’으로 전달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현상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김현 전 협회장 시절인 지난해 11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수사권 조정안이 단순히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그 권한을 경찰에게 이양함으로써 경찰 권한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경찰의 인권의식 제고 등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권까지 주는 것은 인권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변협이 앞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변협은 2017년 5월 소속 회원 2만 41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총 응답자 수는 5% 정도인 1048명이었고, 정부가 마련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60.4%로 과반을 넘었다. 반대는 35.8%, 기타 3.7%였다. 변협 관계자는 당시 설문 결과에 대해 “친정의 입장을 옹호하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들도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라고 했다.

변협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입법의견을 내면서 회원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변협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하던 ‘테러방지법’을 사실상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야당에서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정도로 논란이 심했지만, 변협은 공식 의견을 낼 때 개최하도록 돼 있는 법제위원회 심사를 생략한 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변협 인권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물론 일반 회원들까지 강하게 반발했고, 협회장이었던 하창우 변호사는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당시 변협 법제위원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집행부가 변협 회원들 다수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문제는 꾸준히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변협 관계자는 “회원들의 설문응답 회신률이 10% 미만으로 너무 낮아 대표성이 없다고 회장들이 판단하고, 집행부 등 주변 소수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회원들의 회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설문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 전 회장은 “1년에 500건이 넘는 의견서를 국회가 변협에 요청한다”며 “현실적으로 모든 법안에 대해 (법률 검토 기관인) 변협 법제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변협은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기에 맞춰 회원들을 상대로 다시 설문조사한 뒤 내용을 반영해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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