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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추모의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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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시민 제안에 수백명 머르기트 다리 모여 합창

“가사 뜻은 모르지만 음악이 심금 울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 엿새째인 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7시, 사고 지점 인근인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우리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헝가리 시민과 교민 수백명은 서툰 발음으로 노래를 이어나갔다. 이들의 손에는 아리랑 노래 가사의 한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적은 악보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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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 행사의 이름은 ‘합창단의 밤’. 헝가리 시민 토마시 치스마지아(50)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과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자고 제안하면서 열렸다. 치스마지아가 페이스북 그룹 ‘헝가리안-코리안 그룹’(Hungarian ? Korean group) 페이지에 행사를 제안하며 올린 글에는 “한국과 헝가리 희생자들에게 우리의 애도심을 함께 표하기 위해 한국의 상징을 함께 노래하자”고 적혀 있다. 치스마지아는 아리랑의 한국어 노래 가사를 로마자로 표기한 악보도 함께 올렸다. 누리꾼들은 해당 페이지에 아리랑 공연 영상 링크를 공유하며 미리 노래를 익히기도 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2일 오후까지 3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치스마지아의 설명을 종합하면, 참가자 가운데 다수는 부다페스트 내 합창단 단원들이다. 지난달 29일 사고가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뒤 자신이 속한 합창단 단원들과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아리랑을 합창하는 추모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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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수색 작업이 벌어지는 사고 현장 쪽을 바라보며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의미를 담아 장미꽃이나 국화꽃을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다리 위에는 사고 이후 헝가리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놓고 간 국화꽃과 촛불이 놓여 있었고, 태극기도 걸려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에바 블레네시는 “‘아리랑’을 부르는 건 가장 아름다운 추모의 방식인 것 같다. 언어가 서로 다르지만 슬픔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을 통해 헝가리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부채를 들고 현장에 온 엘레케시는 “‘아리랑’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노래를 부를 때 울기 시작했다”며 “가사의 뜻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음악이 굉장히 심금을 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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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헝가리 경찰 당국은 사고 지점에서 132㎞ 떨어진 허르터 지역에서 발견된 주검이 60대 한국인 실종자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허블레아니 침몰사고로 사망이 공식 확인된 한국인은 모두 8명이다. 앞서 이날 오후 5시27분께 사고현장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1명을 수습해 우리 정부가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이 여성의 신원이 확인되면, 공식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난다.

부다페스트/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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