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 뉴시스 |
최근 모친상을 당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자신을 둘러싼 ‘정계 복귀 및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설’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 “깍두기 한 접시 가지고 한정식 한상 차리는 식의 논평이 너무 많다”며 “설령 진보계열이 위기에 몰리거나 그 어떤 상황이 돼도 제가 정계에 복귀할 의무는 없다. (정치는 절대 안 한다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지난 27일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출판사 ‘아름다운 사람들’에 있는 그의 서재에서 3시간 동안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에 유시민과 조국은 ‘유사시에 먹으려고 비축해둔 식재료’
유 이사장은 “정치는 제로섬게임이고 시장점유율 1등 쟁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삶”이라며 “10년의 정치인생으로 의무복무기간은 끝났다 생각하고 그 전쟁터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다. 3년이나 남은 시점에 자신을 예비후보로 올리는 대선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선거는 하겠다는 사람 중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것인데 정치여론을 왜곡시키고 정치를 혼탁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유 이사장만큼 ‘논쟁에 강하고 친노·친문에 두루 연결된 준비된 스타’를 찾기 힘든 데다, 인물난에 시달리는 여권 상황이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를 촉구하는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분들 중에 누가 하시게 되면 하는 거고, 도저히 안되면 하고 싶은 분들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나오겠죠. 선거는 하겠다는 사람 중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걸 누가 미리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되고, 혹은 이들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으며 “그러면서 새 사람 찾는다고 누구를 올려 여론조사하는 짓을 하고 있어요. 언론이나 비평가들의 오만이에요.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정치여론을 왜곡시키고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에요”라고 꼬집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유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차기 대선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왜 하는지는 이해하죠. 당장 먹을 밥은 아니지만 유사시에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비축해 두면 좋으니까요”라며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지금 밥상에 이낙연 총리부터 시작해 쫙 올라와있잖아요. 그분들은 다 당원이에요. 그런데 조 수석이나 저는 당원이 아닌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으니 필요할 때, 정찬거리가 없을 때 가져다 쓰게 냉장고에 넣어두면 좋잖아요.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죠.”라고 했다.
◆“시장점유율 1등 쟁탈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선거와 정치에 인생 마모”
그는 정계 복귀설을 거듭 부정했다. 유 이사장은 “제가 정치를 10년 정도 하고 나서 느낀 게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오늘 하루가 괜찮아야 한다’는 거예요”라며 “저도 이제 60이에요.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를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게 불가능한 나이에요. 그리고 오늘 하루가 괜찮으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요. 정치인으로 산 저의 10년은 그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정치의 일상은 되게 누추하고 남루해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고 같은 진영 안에서조차 작은 진영들이 여러 개 있는 생활이죠. 제로섬게임이에요”라며 “선거는 누가 되면 누구는 안돼야 해요. 시장점유율 1등 쟁탈을 위해 1년 내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죠. 저는 그게 고통스러웠어요. 제 인생이 마모되는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당한 거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스·미르재단 등의 문제가 불거져 수사 불가피”
유 이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구속을 정치보복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대해 “두 사람은 시민들이 모르던 걸 새롭게 파낸 게 아니다”라며 “정파적이라 하겠지만, 보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했고 우리 쪽은 불가피하게 (적폐 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민들이 모르던 것을 파내 검찰이 조사해 구속 기소한 게 아니에요”라며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등의 문제가 이미 쟁점이 돼 고소·고발이 난무했고, 박 전 대통령도 현직에 계실 때 K스포츠·미르 재단 문제가 불거져 덮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문 대통령이 그분들을 감옥에 집어넣기 위해 ‘털어라’ 시킨 게 아니다”라며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엔 일반 시민들이 전혀 알지도 못했고 사회적 쟁점이 된 적도 없던 일을 이명박 정부가 파고파고 또 파내서 수사한 거잖아요”라고 했다.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 공약’한 한국당에 제일 필요한 건 기억력 회복”
유 이사장은 올해 최저임금 8350원이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부담스러운 액수라고 보냐는 질문에 “기업에 따라서 부담스러울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2017년 대선 때 홍준표·유승민 후보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했는데, 이제 와서 저들이 속한 당은 최저임금 인상 탓에 한국 경제가 망하고 나라가 지옥이 됐다고 말해요. 그러면 대선 때는 나라 망할 일을 자기들이 공약했다는 거잖아요. 속도조절을 하게 되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1만원 가지도 못해요”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등도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으면서 최저임금 탓에 경제파탄이 났다고 주장한다. 지금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일은 기억력 회복”이라면서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황교안 대표의 경호실장도 많다. 소 왓(So What·뭐가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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